[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했던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총장 직할이었던 수정관실은 검찰 내부에서도 막강한 막후조직이었다. 온갖 정보와 첩보를 모아 정·재계 인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수사에 활용하면서 이른바 '거악' 척결의 토대가 됐다. 반면, 정치사찰이나 표적 수사의 출발점이란 비판도 없지 않았다.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을 폐지하고 정보관리담당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 개정령안이 8일 시행에 들어갔다. '고발 사주' 의혹과 '판사사찰' 논란 등으로 수사정보담당관 업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조직과 기능을 재설계한 것이다.
대검찰청의 수사정보담당관을 폐지하고 정보관리담당관을 신설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 개정령안이 8일 시행에 들어갔다.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사진=뉴시스)
대검의 정보조직은 1995년 중앙수사부에 범죄관리과를 설치하면서 출발했다. 범죄관리과는 공직사회의 구조적·고질적 비리 및 신종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범죄정보 수집·관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검사나 수사관 등이 단편적으로 수집·관리하던 정보를 체계화한 것이다.
이후 1999년 범죄정보 수집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범정'이라고 불린 범죄정보기획관실이 별도의 부서로 독립했다. 범죄정보기획관실은 지검 차장급검사인 기획관 아래에 부장검사급으로 1담당관(특수수사), 2담당관(공안), 수사관 40여명이 배치됐다. 범정 체제는 이번 정부 들어 축소·개편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 총장 취임 후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범죄정보기획관실에 대한 개편 작업이 시작됐다. 2018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이름을 바꾸고 정보 수집 범위도 수사로 한정했다. 이전에는 사회 관련 동향 등 일반 정보도 수집했다. 2020년에는 차장급이 보임되던 수사정보정책관 보직이 폐지되고 부장검사급인 수사정보담당관 자리도 2개에서 1개로 축소했다.
그러나 부서 이름을 바꾸고 직급 및 활동 범위를 제한해도 '총장 직할부대'라는 의혹은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연루다. 작년부터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할 당시 고발 사주, 판사사찰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정관실 폐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됐다. 차장급 검사인 손 보호관은 보직 직급이 차장에서 부장검사로 내려 앉기 직전인 2020년 1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발령 받았다.
수사정보담당관은 수사정보의 수집·관리·분석·검증·평가를 수행했지만 이날부터 활동에 들어간 정보관리담당관은 수집·관리·분석만 담당한다. 수집하는 정보의 범위는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된다. 기존에는 노동·언론·기타 주요 사건에 관한 정보도 모을 수 있었다.
수집 절차와 적정성 등에 대한 검증·평가는 별도의 회의체가 맡는다. 회의체 구성·운영 등 세부사항은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예규로 정할 예정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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