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확진자 1000만…각자도생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
2022-03-25 06:00:00 2022-03-25 09:35:27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재확진 사례가 있긴 하지만 어림잡아 국민 5명 중 1명은 확진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으로 1주일간 재택치료에 들어가는 친구, 친지, 직장 동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 다리 건너 확진자가 나와도 가슴이 내려앉기 일쑤였는데 이젠 예삿일이 아닌 상황이 됐다.
 
이 같은 대규모 감염의 근원을 되짚어보면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정부가 강조한 '단계적 일상회복', 즉 '위드 코로나'와 닿게 된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상태에서 제시된 위드 코로나 정책이 이 시기 창궐하기 시작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잇따른 거리두기 완화 대책과 맞물리며 대규모 확산세로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의식의 전환이 무섭다더니 불과 몇 달 만에 "확진되면 어떻게 하지"에서 "확진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마음을 바꾼 지인들도 점점 늘고 있다. 정부가 당초 구상한 위드 코로나 정책도 이런 모습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긴 지난 23일 김부겸 총리는 "기존의 방역 체계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 "앞으로 1~2주간이 코로나 위기 극복의 전환점이 될 것", "차근차근 준비해 온 대로 이 시간을 잘 견뎌낸다면 유행의 감소를 하루라도 앞당길 것" 등의 희망적인 말들을 남겼다.
 
하지만 정부가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과 격려를 쏟아내는 것과 달리 현장 상황은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병상이 빠르게 소진돼 환자들이 입원조차 어려운 실정이고, 먹는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재고량은 빠르게 줄고 있다. 심지어 고위험군 환자들 중에서는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해 사망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나날이 가중되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물론, 휴가 반납에 일부 환자들의 폭언에 따른 감정 노동의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 저하자의 셀프 재택치료 전환도 심히 우려된다. 정부는 확진자의 사후 관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위험군에 대해 치료를 주도해왔던 의료 기관의 사실상 방역 포기로도 비칠 수 있다. 그만큼 확진자 폭증으로 고위험 계층에 대한 집중 관리 역량이 떨어지면서 정부가 방역 체계를 황급히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정부가 방역 체계를 두고 허둥대는 사이 국민들이 코로나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각자도생에 내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2년 2개월 동안 마스크의 불편함을 견디고,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희생을 감수한 것치고는 너무나 허망하고도 가혹한 결과다.
 
코로나 위기의 정점이 1~2주가 걸릴지, 아니면 그 이상이 걸릴지는 이제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금은 정부가 어느 때보다도 방역 경각심을 높이고 현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국민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교한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김충범 경제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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