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IDC) 사업부를 분사했다. 표면적 이유는 디지털 인프라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함이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주사형 전환에 관심이 있다고 주주 앞에서 공식화하면서 추가적으로 사업부 분사 작업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클라우드·IDC 다음 타자로는 콘텐츠·미디어와 금융부문이 거론된다.
KT클라우드가 1일을 기점으로 출범했다. 현물 출자 방식으로 분리했으며, KT클라우드의 지분은 KT가 100% 보유하게 된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6%를 기록하는 국내 클라우드·IDC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각오다. 독립법인 형태를 갖춘 만큼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을 적극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KT클라우드는 오는 2026년까지 매출 2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KT 클라우드·IDC부문의 매출은 4559억원으로, 5년간 매출을 4배 키우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진출을 통한 성장도 가능한 부분이다. 구 대표는 MWC2022에서 클라우드·IDC부문 분사 이유로 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KT클라우드) 스핀오프 이야기에 글로벌 사업자들이 관심을 표했고, 화웨이와의 협력은 IDC와 클라우드 분야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T 서울 광화문 이스트(east) 사옥. (사진=뉴시스)
이번 분사는 클라우드·IDC부문 사업을 키우려는 취지가 크다지만, 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의견도 배제할 수 없다. 자회사 분사 이후 투자 유치·기업공개(IPO)로 이어지는 경로는 ICT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밸류업 방식이다. 또 구 대표는 취임 후 지주형 회사로 전환을 예상할 수 있는 발언 등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취임한 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분사와 상장을 통한 가치 상승방식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분사 등도 내년 정도면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말 열린 정기 주총에서는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본사 사업 분리, 자회사 재편 등을 통해 주요 사업부문이 KT를 구성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T 본사 아래 △유·무선 △미디어 △금융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클라우드의 5각 체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미 성장성이 낮은 사업군 900억원 규모를 정리하면서, 이들 부문은 핵심적으로 키워오기도 했다.
특히 콘텐츠·미디어와 금융 부문은 지주형 회사로 전환을 위한 단계도 밟고 있다. KT는 지난해 콘텐츠 사업부문을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로 출범시켰다. 최근
CJ ENM(035760)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하면서 1조원의 기업가치도 인정받았다. 금융 부문은 BC카드 산하에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를 갖췄다. 케이뱅크의 경우 IPO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상장이 예상되고 있다.
KT의 지주사형 전환이 완성될수록 기업가치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 분사한 사업군들의 가치가 높아질 경우 그 지분을 보유한 KT 가치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T 물적분할 통한 지주사 전환은 대형 호재이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KT 시가총액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구 대표의 연임 여부나 노조 반발 등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부분이다. 구 대표는 올해가 임기 3년의 마지막 해로, 임기가 내년자로 끝날 경우 지주사 체제로 전환 작업에 동력을 일을 수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에 따른 구조조정을 우려해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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