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 약 35%는 민간 중심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새 정부의 노동 공약이 실제 고용 창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근로 시간 유연화'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9개사 중 34.9%는 새 정부의 노동 정책 방향이 전반적으로 기업 경영과 고용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9.3%에 그쳤고, '보통'이란 응답은 55.8%로 조사됐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다뤄야 할 노동 현안으로는 '근로 시간 유연화'(27.9%)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보완'(24.0%), '균형 잡힌 노사 법제 마련'(21.7%), '노동 시장 경직성 완화'(16.3%), '최저임금제 개선'(10.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근로 시간 유연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1년으로 확대'란 의견이 5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특별연장근로 사유(해외 사업장 등) 확대와 절차 간소화'(20.9%),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18.6%), '전문직 직무, 고액 연봉 근로자에 근로 시간 규제 적용 제외'(3.9%) 순으로 응답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직적인 주52시간제 도입으로 특히 생산직이 많은 건설·조선업종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해외 사업장에서 인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만큼 새 정부 대표 공약인 근로 시간 유연화에 대한 기업 요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항은 '안전·보건 의무의 구체적 기준 마련'(34.9%)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종사자 안전 수칙 준수 의무화'(15.5%), '과도한 처벌 수위 완화'(14.7%), '의무 주체 명확화'(11.7%), '원청 책임 범위 명확화'(11.6%), '기업인 면책 규정 신설'(9.3%) 등의 순이었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투쟁적 노조 문화 개선'이란 의견이 42.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37.2%로 뒤를 이었다.
노동 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 정책으로는 '시간 선택형 정규직 등 다양한 근로 유형 보급'(37.2%), '노조의 고용세습 금지 등 공정한 채용 절차 확립'(24.9%), '연공 서열 문화 탈피'(14.7%),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해고 규제 완화'(11.6%), '기간제법·파견법 규제 완화'(11.6%)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최저임금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이란 의견이 34.9%,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자제'란 의견이 32.6%로 높게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간 중심의 일자리 창출, 근로 시간 유연화,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 체계로의 개편 등 노동 공약을 발표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경직된 노동 규제마저 적용되다 보니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며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되고, 민간 혁신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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