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의 제왕적 통치 관행이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폭로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신한지주(055550)의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뒤늦게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행 지주사 대표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표이사 권한 중 일부를 이사회쪽에 넘기겠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은행 부행장 등 집행임원 임명권한을 CEO가 아닌 이사회가 결정토록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주사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원천적으로 겸직하지 못하도록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사회 의장 자격을 사외이사로 제한함으로써 경영진을 견제하겠다는 것.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칭)금융지주 지배구조개선법(안)을 연내 입법화할 계획이다. 금융연구원과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중 실무초안을 내놓는다는 일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 일환으로 연초 사외이사 여건을 한차례 정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한사태는 지배구조 자체적인 문제보다는 경영진간의 권력다툼으로 이해한다"며 "라응찬 회장이나 신상훈 사장 등 각 수장들이 이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않았다는 부분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주사 경영진과 이사회 사이에 건전한 긴장관계가 이뤄졌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집행임원 임명권한..CEO에서 이사회로
그동안 지주사와 자회사 경영진 등 집행임원 선임 권한은 사실상 지주사 CEO가 독점했다. CEO가 자회사 집행임원을 내정한 후 이사회의 사후 승인 절차를 밟은 것.
하지만 개선안에서는 이사가 아닌 단순 집행임원의 선출과 임명 권한 역시 이사회가 맡는다.
이사회 구성과 권한도 경영진 견제 차원에서 한층 강화된다. 지주사는 사외이사 3인 이상을 반드시 둬야 한다. 또한 현재 전체 이사수의 '1/2이상'으로 규정된 금융지주사 이사회 구성요건(금융지주회사법 제40조)이 '과반수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사회 의장은 반드시 사외이사 중에서만 고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법제화된다.
지금까지는 사외이사와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모두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자격을 사외이사로 제한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을 한층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투자 및 위험관리 주요 사안은 경영진이 이사회에 상정, 이사들간 사전 합의를 이룰 것을 명문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이사회 권한이 금융지주회사법에 명시적 항목으로 나와 있지 않고 개별조항에 흩어져 있는 상태이므로 이를 모아간다는 취지"라고 법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전영길 기업지배구조센터 부원장은 "실무를 담당하는 집행임원은 통상 임명권자 의중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이사회에서 임명 또는 승인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제동장치가 마련된다면 경영진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반겼다.
◇ CEO 연임 및 임기제한 못해..일각에서 관치금융 부활 우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금융지주 CEO의 장기집권이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임기 또는 연임 제한 관련조항은 포함되지 못했다.
현행 최대 5년으로 제한한 사외이사의 임기제한과 마찬가지로 CEO의 임기에도 제한 규정을 둘 경우 자칫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주와 이사회 등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CEO의 경우에도 연임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기 때문.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신한지주사태와 맞물려 경영진의 임기를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지만 CEO 연임 여부는 개별 회사의 주주들이 결정하는게 맞다는 쪽으로 결론 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CEO 임기를 제한할 경우 주주권한 침해 등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뉴스토마토 양성희 기자 sinb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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