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2.8%로 하향 조정했다. 설비·건설 투자의 부진은 불가피하나 민간 소비가 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종전 전망치(1.7%)보다 2.5%포인트 올려 잡았다. 정부가 제출한 5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관련해서는 성장률·물가를 각각 0.4%포인트, 0.16%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18일 KDI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정부가 예측한 3.1%와 한국은행 전망 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 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전망한 2.5%와 피치·무디스 2.7% 보다는 높다.
0.2%포인트 하향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1분기 부진했던 민간소비, 수입물가 상승, 수출 부진, 미국·한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등이 주된 요인이다. 또 최근 국회에 제출한 59조원 규모의 2차 추경효과 중 성장률은 0.4%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18일 '2022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했다. 사진은 전통시장 모습. 사진/뉴시스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와 2차 추경 재정지원의 효과가 반영되면서 서비스 소비를 중심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한 급등세가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등 올해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3.7%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했다. 설비투자는 전년도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로 4.0% 감소 후 내년 2.4%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건설비용 상승으로 작년(-1.5%)에 이어 -1.3%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수출과 수입은 국가 간 인적 이동이 점진적으로 재개되면서 서비스 부문의 개선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대외 여건의 악화로 상품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수출은 전년(9.9%)보다 낮은 5.1%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수입은 가격 상승과 투자 감소의 영향으로 전년(8.5%)보다 낮은 4.9%의 증가율이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수출입 물량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작년보다 흑자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상품수지는 지난해(762억 달러)보다 축소된 442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된다. 서비스⋅본원⋅이전소득수지는 74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883억달러)보다 크게 축소된 51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기 회복과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올해 소비자물가는 4.2%의 상승률을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2.5%포인트 상향된 규모다. 2차 추경 편성에 따라 물가는 0.16%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공업제품가격과 외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3.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후 2023년에는 2.4%로 상승폭이 축소될 전망이다.
취업자 수는 대면서비스업이 회복되면서 60만명 정도의 증가세를 예상했다. 실업률은 지난해(3.7%)보다 크게 하락한 3.1%를 기록할 전망이다.
KDI의 이번 전망치는 내년까지 세계 경제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제로 예측됐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지난해(6.1%)보다 낮은 3.6% 성장을 예측한 바 있다.
두바이유 기준 원유 도입 단가는 올해 105달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실질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가치는 4% 절하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했다. 더욱이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전망치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허진욱 KDI 전망총괄은 "원자재의 수급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되거나 중국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제약될 우려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지역을 봉쇄하는 극단적인 방역정책을 지속할 경우 우리 경제에 작지 않은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되고 경제기초 여건이 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회복세가 제약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위기 중 크게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폭과 국가채무 증가세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당분간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지출의 필요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추가 재정부담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출과 수입이 따로 갈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세수가 크게 걷혀졌다고 해서 그 규모를 생각하기보다는 지출 자체가 필요한 것인가, 얼마가 필요한 것인가, 이 부분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논의되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정규철 실장은 "통화정책은 물가상승세가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을 조정하기 위해서 기준금리 인상은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처럼 그렇게 가파른 금리 인상이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지금 불확실성이 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 대비해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는 유지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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