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미래차 시대에 내연기관 엔지니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미래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정비 수요가 적어 많은 엔지니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2030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0년 49만3000명인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취업자는 2030년 40만6000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2020년보다 무려 8만8000명(약18%) 급감하는 것으로 제조 업종 가운데 가장 감소 폭이 크다. 이는 엔지니어들이 많이 필요했던 내연기관과는 달리 친환경차 전환에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엔지니어에 대한 인력 수요도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차)
실제 내연기관차 부품은 엔진용 신품 부품, 차체용 부품 등 10개 종류로 분류한다. 부품 개수는 10년 전만해도 1만~2만개 수준에서 최근 3만개를 넘어 대형 픽업트럭의 경우 3만5000개까지 늘었다.
내연기관차에 쓰이는 자동차 부품은 늘었으나 전기차 등 미래차에 쓰이는 부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1만~1만5000개에 불과하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들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완료되면 기존 생산직 인력을 30%가량 줄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의 정규직 임직원 수는 6만6002명으로 2020년에 비해 924명 줄었다. 현대차의 정규직 직원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은 수년 전부터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일부 국가의 공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들이 차량 전동화에 속도를 내자 부담을 느낀 노조들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노사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노동조합은 차량 전동화가 본격화되는 점을 감안해 사측에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61세부터 65세까지 단계별 수급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존 60세인 퇴직 연령을 이와 연계해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수요 감소가 가시화됨에도 불구하고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최대한 피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존 과잉인력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 정년 연장에 따른 자연감소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고령 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제안했다. 업계에선 폭스바겐이 최대 5000명을 감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포드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브라질 공장 세 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고, 독일 BMW는 1만6000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전환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 엔지니어들이 벌써부터 큰 부담을 가지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노조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전자화로 되면서 새로운 일에 대해서 상당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노사 간 고용 안정을 위해 직업군 전환, 재교육 등의 방법을 통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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