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높은 사전투표율과 코로나19 손실보상, 김포공항 이전론이 6·1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할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치인 20.62%를 기록, 최종투표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자 민심의 향방을 둘러싼 여야 셈법도 복잡해졌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통과, 코로나19 손실보상이 진행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던진 김포공항 이전론에 당이 엇박자를 내는 건 민주당의 또 다른 불안 요소다.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 첫 번째 변수는 사전투표율이다.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율이 20.62%를 기록했다. 역대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중 최고치로, 2018년 7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1%)보다 0.48%포인트 높다. 7회 지방선거의 경우 본투표까지 합산한 최종 투표율은 60.2%였다.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4년 전보다 높게 나타난 만큼 본투표를 더한 최종 투표율은 그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월27일 오후 서울시 중랑구 MG새마을금고 용마점에 마련된 사전투표소가 유권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 셈법도 복잡해졌다. 역대 전국 단위 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36.9%)을 거둔 20대 대선의 학습효과 탓이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대선 본투표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으나 사전투표에서 압승했다. 이로 인해 두 사람 간 격차는 역대 대선 최소인 0.73%포인트(24만7077표)를 기록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 후 85일 만에 치러져 투표성향이 같다고 가정하면 높은 사전투표율은 민주당에게 청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여야 모두 사전투표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 어느 한 쪽이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 전원이 사전투표를 했고, 민주당은 '투표하면 이긴다'는 구호로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특히 4년 전과 비교해 여야가 격전지로 분류한 곳의 사전투표율이 모두 올랐다. 경기도 사전투표율은 1.59%포인트, 대전은 0.08%포인트, 충북은 0.54%포인트, 충남은 0.70%포인트, 강원은 2.94%포인트 높아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도 21.76%를 기록, 뜨거운 민심을 보여줬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은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고, 국민의힘이 탈환해야 할 곳의 투표율이 올라간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윤석열정부 출범에 따른 효과라고 보지만,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것이라서 안심하지만은 않는다"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의 높은 사전투표율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다르게 보면 (투표율이)도시 지역은 낮고 농촌 지역은 높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꼭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표심을 흔들 두 번째 변수는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62조원 규모의 추경안이다. 이번 추경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손실보전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튿날 바로 국무회의를 열고 의결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이르면 이날 오후부터 손실보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역대급 규모의 이번 추경안은 윤석열정부의 첫 국정과제 추진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국민의힘에 호재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시기적으로 선거 직전이라서 현금 포퓰리즘 우려가 있으나 어쨌든 추경을 통한 손실보상은 언제 하더라도 하기는 해야 할 일이었다"며 "민심이 여당에게 우호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으로선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반영되지 않은 건 부담이다. 당장 소상공인연합회는 국무회의 의결 후 입장문을 내고 "여야의 2차 추경안 합의와 신속한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면서도 "코앞의 급한 불은 껐지만 소급적용이라는 불씨는 여전히 남겨뒀고, 소급적용이 빠진 추경은 온전한 피해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는 '회복과 희망', '선처리 후보완'에 맞는 신속한 입법 개정안 마련으로 윤 대통령이 약속한 소급적용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30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위원장 선거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 번째 변수는 이 위원장이 촉발시킨 김포공항 이전론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25일 인천 유세 중 "김포공항을 이전하고 강서 대개발을 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27일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김포공항 이전·통합 공약을 내걸었다. 김포공항 이전론은 즉각 정치권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무엇보다 이는 20대 대선 때 이 위원장이 "김포공항을 존치하겠다"고 했던 공약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관련 공약과도 어긋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 김병관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후보, 배국환 성남시장 후보 등은 성남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냈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위원장의 공약에 이견으로 맞섰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때)제가 이건 안 된다고 얘기했었다"며 김포공항 이전론을 비판했다.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오영훈 후보는 지역 관광산업에 미칠 직격탄을 우려, 중앙당에 이 위원장의 공약 철회를 요청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난감해진 민주당 지도부는 김포공항 이전안은 당 차원의 입장이 아니라 지방선거 특성에 따른 후보 개별안이자 장기 연구과제라며 진화에 나섰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중앙당 공약은 아니다"고 했고, 김민석 공동총괄본부장은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공약이 아니라 장기 연구과제로 당의 공약으로서 채택된 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포공항 이전론을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띄우기 위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포공항 이전은 제주도 관광에 악영향 끼치지 않는다'는 이 위원장의 주장에 "계속 해괴한 소리를 한다"며 "제발 혼자 돈키호테 같이 다른 말 하지 마시고 민주당 제주도당이랑 상의라도 하고 말씀하라"고 직격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묻지마식', '아니면 말고식' 공약은 표만 얻어보자는 선동"이라면서 "당도 설득하지도 못하는 공약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민주당은 김포공항 이전, 제주 KTX 등 막무가내 공약을 남발하면서 '콩가루'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 부상일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등이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방탄복귀'를 위해 계양구민과 서울시민, 제주도민, 경기도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면서 "말도 안 되는 공약으로 국민을 농락하는 행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