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글로벌 긴축 및 경기 침체 우려에 코스피 지수가 2400선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빚을 내 주식을 사고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가 폭증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계좌의 청산 물량이 대거 출회되서다. 반대매매 물량의 증가로 증시 하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다시 반대매매가 폭증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프=뉴스토마토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비중은 10.2%로 집계됐다. 최근 3년래 반대매매 비중이 가장 높았던 작년 9월(11.9%) 수치에 근접하고 있다. 일별 기준으로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260억340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지난 2월15일(270억2600만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초(127억7900만) 대비 103.73% 늘었다. 지난 13일 코스피가 미국 물가 충격에 따른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3%대 급락 마감한 여파로 풀이된다. 13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3.52%) 내린 2504.51에 장을 마쳤다. 14일에는 2500선도 붕괴됐다.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 담보부족계좌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 14일 기준 국내 6개 주요 증권사(NH투자증권·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6706개로 지난달 초(5월 2일·1548건) 대비 4.3배 늘었다.
반대매매로 인한 증시 하방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반대 매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최근 증시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증시가 좋지 않아서 빌린 돈에 대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주식 상환을 하지 못하면서 강제로 반대매매가 이뤄져 투자자의 손실이 유발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매물 출회가 이어지면 주가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인 점도 반대매매 물량 증가를 우려케 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대 매매가 급증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가가 급등이나 급락, 특히 급락을 하는 시점에서 반대 매매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 매매가 시작되면 반대매매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르게 되고,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또다시 반대매매를 증폭시키는 이런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며 "레버리지 투자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이 하락해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 일정한 담보비율 유지를 요구한다. 기간 내 상환하지 않거나 담보가치가 일정비율 이하로 하락할 때에는 증권사에서 임의로 반대매매를 실시한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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