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대한민국이 우주로 갈 수 있는 길을 꼭 열겠습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KSLV-Ⅱ) 누리호의 2차 발사가 21일 수행된다. 악천후와 기체 결함으로 제동이 걸렸던 누리호는 이제 다시 우주로 향하는 도전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일 종합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송된 누리호는 기립 후 전기 점검, 자세제어계 점검 등을 순조롭게 마쳤다. 연료와 산화제 충전을 위한 유공압 배관 연결 작업과 기밀 작업 등도 원만히 진행돼 오후 7시 경 발사 하루 전 준비를 마쳤다.
누리호는 날씨 등의 변수만 없다면 예정대로 21일 오후 하늘로 날아오른다. 당초 21일 오전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전남 고흥 일대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발사를 하루 앞두고 기상 예보가 변경됐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하늘은 다소 흐리겠지만 비는 오지 않을 전망이다. 고층풍도 상당히 안정적인 상태로 측정됐다.
20일 누리호의 발사대 기립 및 고정작업이 완료되었다. (사진=항우연)
누리호는 2차 발사에 나서기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처음 계획된 발사일은 지난 15일이었다. 하지만 발사대 이동을 앞두고 모든 일정이 하루씩 순연됐다. 현지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누리호를 발사대까지 이송해야 하는데 길이 미끄러워 안전 상의 문제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2차 시도는 기체 결함 앞에 좌절됐다. 15일 오전 종합조립동을 나선 누리호는 발사대 기립과 고정작업까지는 순조롭게 마쳤다. 하지만 기립 후 점검 과정에서 1단 산화제탱크 레벨 센서 오류가 발견됐고, 기술진은 기립 상태에서는 원인 진단이 어렵다고 판단해 발사를 취소했다.
같은 날 밤 누리호는 조립동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 당시만 해도 2차 발사가 발사 예비기간(16~23일) 내에 재개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1단과 2단의 분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누리호 발사 일정이 가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항우연은 문제 부품만 교체하면 되는 쪽으로 해결 방향을 잡았고 발사 예비일 중 기상이 좋은 편인 21일을 최종 날짜로 확정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조립동에서 발사 전 할 수 있는 확인은 모두 다 했다"며 발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서두른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15일 저녁 발사대에서 발사체 조립동으로 재이송 작업 중인 누리호. (사진=항우연)
정부는 21일 오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누리호에 추진제 충전 여부를 결정한다. 오후에도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해 기술적 준비상황, 기상상황,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누리호 최종 발사 시각을 결정한다.
최종 발사 예정 시각은 오후 4시다. 발사 10분 전인 3시50분부터 발사자동운용(PLO)가 시작되고 미리 프로그램된 시스템에 따라 카운트다운이 진행된다. 발사 4초전 1단 엔진이 점화되며 4개의 엔진이 모두 정상 연소된다고 판단되면 발사 고정 장치가 해제되고 오후 4시 정각 로켓이 발사된다.
발사 2분7초 후에는 고도 59㎞ 상공에서 1단 분리가 이뤄진다. 1단 발사체는 발사장에서 약 413㎞ 떨어진 해상에 낙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1분46초 후 페어링, 41초 후 2단 발사체가 분리된다. 약 10분을 더 날아간 누리호는 700㎞ 상공에 도달해 성능검증위성을 분출한다. 이륙 후 16분7초 후 위성모사체 분리까지 마치면 발사는 성공적으로 완수된다. 발사 40여분 후 남극 세종기지와의 첫 번째 교신까지 마치면 누리호 2차 발사는 성공한 것으로 최종 기록된다.
6월8일부터 9일까지 누리호 1,2단과 3단의 최종 결합 작업이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진행됐다. (사진=항우연)
누리호는 1993년 한국 최초 국산 과학로켓 '과학1호' 발사 이후 30년간 응축된 우주 개발의 꿈의 결정체다. 누리호는 총 길이가 아파트 15층 높이에 상응하는 47.2m, 연료와 산화제를 포함한 총 무게가 200톤에 이른다. 위성 탑재 중량은 1.5톤까지 가능하다.
누리호 개발 역사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201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1조9572억원을 투입했다. 1,2단 발사체에 탑재되는 75톤급 액체엔진부터 발사체 본체, 위성, 발사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품을 국내 300여개 기업들의 기술로 이뤄냈다.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국내 연구진은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로켓엔진 △엔진 여러 기로 큰 힘을 내는 클러스터링 기술 △극저온, 초고속을 견디는 대형 연료·산화제 탱크 개발 △우주발사체 개발·운영 인프라 구축 등의 결실을 한 번에 얻게 된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기술을 독자적으로 습득, 우리 위성을 우리가 원하는 때에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기도 하다.
고흥=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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