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장을 보기 두려울 만큼 쌀, 고기, 과일, 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이 크게 뛰었고, 기름값은 휘발유, 경유 할 것 없이 전국 평균 리터(ℓ)당 2100원 선을 돌파하며 계속 우상항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물가 상승이 과장이 아니라는 듯 물가 관련 통계도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에는 6%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물가 폭등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준할 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지금 상황도 최악에 가까운데 물가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 밖으로 장기화하면서 공급망 병목, 국제유가 및 원자잿값 상승세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물가 상승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각종 선행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5% 높은 119.24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공산품과 서비스 지수가 전체 오름세를 견인했다.
또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3.6% 상승하며 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압력을 높인다.
미국이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 인상을 한층 가속화하는 점도 우리에겐 악재다. 우리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곧 역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역전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고, 이는 다시 국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정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최근 '새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지만 민간 기업 활성화와 감세 일변도의 방안들을 주축으로 다뤘을 뿐 가장 시급한 물가 현안 잡기에 대해서는 세부적 플랜을 마련하지 못했다. 사실상 해법을 찾지 못한 것 아닌가 싶은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일단 통화 당국인 한은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 통화 정책을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확실한 유동성 회수 시그널을 시장에 줘 물가 불안 요소를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한은이 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달 물가상승률이 6%까지 치솟는다면 사실상 한은은 빅 스텝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 물가 상승은 단순히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되기엔 상황이 간단치 않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번 물가 폭등 사태의 근원인 공급망 안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원자재 자립은 먼 이야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원자재 및 소재에 대해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의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기술력 증진을 통해 내재화에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이 됐다.
앞으로 세계 각국의 초연결 가속화로 글로벌 경제 동조화가 점점 빨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과 같은 외부 요인에 따른 물가 폭등세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시장 개입 등의 단편적 방안은 물론, 당장은 아니더라도 원자재 경쟁력 강화라는 마스터플랜 마련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차분히 고민해야 할 때다.
김충범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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