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유가 급등세 등 최근 물가 여건을 고려하면 '연간 5%대 물가' 실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한 달 만에 4.5%에서 4.7%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 등 최근 대외적 여건 변화를 감안해 보면, 향후 물가 흐름이 5월 전망 경로인 4.5%를 상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 및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3%대를 기록하다 올해 3~4월 각각 4.1%, 4.8%를 나타내며 4%대를 넘어섰다. 이어 5월에는 5.4% 오르며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4.3%, 전년 동기 대비)의 품목별 기여도를 보면 개인 서비스(+1.37%포인트), 석유류(+1.15%포인트), 공업제품(+1.08%포인트)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공식품, 외식 물가의 오름폭 확대로 지난달 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 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한은 분석이다.
한은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상당 기간 3%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물가는 올해 3월 2.9%, 4월 3.1%, 5월 3.4%로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수요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근원물가 상승 압력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은은 과거 20년 간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2008년(4.7%), 2011년(4%)의 물가 상황과 비교하고 이에 따른 시사점도 도출했다.
국제 원자재 측면에서 보면 과거 물가 급등기에는 중국의 제조업, 부동산,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가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은 감염병,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친환경 규제 등에 따른 생산시설 투자 부진 등 외부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는 것이 한은 설명이다.
또 최근 국제 식량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과거 물가 급등기와 달리 최근 상승기에는 초반부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데 따른 결과다.
최근 소비 개선 흐름 등으로 수요 측 압력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근원물가 상승세도 외식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물가상승 확산지수(근원품목)는 올해 5월 기준 70.1로, 2008년 12월(69.1)과 2011년 7월(68.6)보다 높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이 늘어난 것은 2008년과 유사하지만, 가계대출이 증가한 가운데 가계 소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이전지출)까지 더해졌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분기 기준으로 올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3분기(5.5%)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월간 상승률(5월 5.4%)은 2011년 급등기의 고점(2011년 8월 4.7%)을 넘어 2008년 급등기 고점(2008년 7월 5.9%)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란 한은이 물가안정 상황을 점검해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발간된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한 달 만에 4.5%에서 4.7%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은 대형 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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