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성인이 되고난 후 시력에 변화가 없어서 매번 같은 도수의 콘택트렌즈를 택배를 통해 구입하고 있어요. 10% 이상 싸서 계속 이용할 겁니다"
회사원 A씨는 5년째 콘택트렌즈 택배 배송을 받고 있다. 브랜드마다 할인율은 다르지만 동네 안경점에서 사는 것보다 적어도 1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인의 소개로 콘택트렌즈 택배배송 업체를 소개받은 그는 "매번 구입하는 것이고, 믿을 만한 제품을 오프라인보다 싸게 배송해주기 때문에 (택배를)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이용하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구입은 불법이다. 처음에는 판매자와 접촉하기가 어려웠는데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는 불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기옴부즈만 "안경·콘택트 렌즈 온라인 구매 허용 민원 많아"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업자들이 콘택트렌즈를 인터넷을 통해 유통하고 있는 데다 외국 직구 사이트를 통하면 제품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데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유통을 법으로 막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일이라며 규제 개선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관련 이익단체들은 이같은 행위가 국민 눈 건강을 저해하고, 오프라인 안경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안경사협회 대전안경사회 관계자가 지난해 6월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온라인 안경 판매를 반대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최근 '도수 없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판매 허용 요청'과 관련해 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용곤란' 답변을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옴부즈만은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도수 없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 달라는 건의를 접수했고 이를 소관부처에 건의했는데, 이같은 답을 받은 것이다.
옴부즈만 측은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관련 산업이 성장 중이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며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옴부즈만 관계자는 "해당 건뿐 아니라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류의 민원이 꽤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옴부즈만의 건의에 대해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안경·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안전성 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해외 제도 및 부작용, 안전성 논의 등을 거친 결과 콘택트렌즈의 경우 각막에 직접 접촉이 되는 2등급 의료기기로, 적절한 관리 없는 온라인 판매 시 각막염 및 시력저하 등 부작용 우려가 커 현재 시점에서는 온라인 판매 허용이 곤란하다"고 밝혀왔다.
매 정부마다 규제 개선 과제로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
콘택트렌즈 및 안경의 온라인 구매는 '단골' 규제혁신 과제 중 하나다. 정권이 바뀌어 규제 개선에 따른 신산업 육성 필요성이 대두될 때마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하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안경사 등 관련 단체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안경 온라인 판매 반대집회에서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장은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콘택트렌즈 온라인구매허용은 윤석열정부의 국민제안 TOP10으로 제시됐다. (사진=국민제안 페이지 갈무리)
2019년 1월 문재인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는 복지부가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과 관련한 건의에 대해 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 결과로 같은 해 4월 돋보기 안경과 도수 수경(물안경)의 온라인 판매와 해외구매대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사용자가 많은 콘택트렌즈에 대해서는 여전히 온라인 '판매 불가' 방침을 고수했고, 이 때문에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구매 허용은 윤석열정부가 추진했던 '국민제안' TOP 10 과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콘택트렌즈 온라인구매 허용은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총 56만4079표의 '좋아요'를 회득하며 득표율 7월(9.94%)를 기록했다.
콘택트렌즈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콘택트렌즈가 안경점과 안과, 약국에서만 판매되며 인터넷 판매는 금지돼 있다. 반면 해외직구사이트를 통한 구매는 가능하다. '렌즈고고'나 '렌시스' 등의 해외 사이트에서 콘택트렌즈를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사이트이지만 한국쇼핑몰처럼 한국어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시간 채팅상담을 통해 수시로 문의를 할 수도 있다. A씨가 렌즈를 구입한 것처럼 '어둠의 경로'를 통한 유통도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눈 건강 및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미용렌즈나 도수 없는 안경에 대해서만이라도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면판매 원칙으로 이미 굳어진 제품에 대한 논의인 만큼 매번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소비자 편의를 위해 눈 건강이나 안전과 직결되지 않은 제품부터라도 협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