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야 모두 각자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권은 전통적 지지층이 몰려 있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의 지지율 흐름이 심상치 않고, 야권은 지난 6·1지방선거에 이어 최근 전당대회에서 나온 호남의 저조한 투표율이 문제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세는 일단 멈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 지지율이 여전히 절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24일 발표된 뉴스핌·알앤써치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5%포인트 상승한 33.7%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지지율은 각각 42.4%, 40.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서 19일 공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영남 지지율은 여전히 50% 미만이었다. 대구·경북 45.7%, 부산·울산·경남은 33.1%로 조사됐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추락세다. 뉴스핌·알앤써치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8.8%포인트 하락한 34.8%로 나타났다. 특히 영남 지지율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대구·경북 45.6%, 부산·울산·경남 43.9%였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선 대구·경북 지지율이 52.6%였지만,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41.1%였다. 대구·경북은 그동안 국민의힘에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지지율이 50%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전통적 지지층이 외면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호남에서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호남이 전국 최저 수준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전당대회 역시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20일과 21일 진행된 호남권 지역순회 경선 투표율은 전국 평균보다 약 1%포인트 적은 35.49%에 그쳤다. 이번 호남권 투표율 저조를 직전 지방선거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당시 광주 투표율은 전국 최저인 37.7%로, 전국 평균 투표율(50.9%)보다 무려 13.2%포인트나 낮았다. 광주가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기록한 투표율(59.2%)은 물론 20대 대선 당시 투표율(81.5%)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믿었던 호남의 투표율까지 저조한 상황을 두고 '이재명 대세론'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80%에 달하는 압도적 득표를 받으며 승부가 이미 결정되는 상황으로 전개되다 보니 투표를 포기하는 권리당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민주당 자체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김종민 의원은 이를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경고로 해석했다. 김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호남의 경고 또는 호남의 걱정이 있는 것"이라며 이를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호남이 걱정하고 있다"고 연결 시켰다. 박용진 당대표 후보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만일에 신생 정당이 나오면 완전히 팽 당할 거야, 이런 우려들을 (호남에서)많이 하고 있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에서도 호남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4일 조사한 정당 지지도 조사(8월 첫째주)에서 광주·전라의 민주당 지지율은 63%였다. 하지만 16~18일(8월 셋째주) 조사에서는 55%로 2주 전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1~3일 조사(8월 첫째주)에서는 광주·전라의 민주당 지지율이 72.7%였지만, 16~17일(8월 셋째주) 조사에서는 68.4%로 4.3%포인트 줄었다. 통상 전당대회가 여론의 주목을 끄는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의 지지율 하락은 분명 이상 조짐에 가까웠다.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21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시에 여야 모두 과거 '분당'의 악몽도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들이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 등을 구성, 돌풍을 일으키며 당에 타격을 안겼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시 상당한 파괴력이 예상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12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2.5%가 신당을 창당하게 될 경우 국민의힘이 아닌 보수신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영남의 한 축을 이루는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신당 46.3% 대 국민의힘 29.8% 대 다른 정당 14.7%로 신당의 지지세가 높았다. 대구·경북에서조차 국민의힘 43.6% 대 신당 35.9% 대 다른 정당 11.9%로, 신당이 위협적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현재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모두 신당 창당은 극구 부인하고 있어 실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도 과거 분당의 악몽이 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016년 총선에서 총 38곳에서 의석을 획득한 가운데 특히 호남 23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는 싹쓸이 기염을 토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에 맞설 구심점이 없어 현실화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의 향후 행보에 따라 지지율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의)지지율이 워낙 낮은 상황에서 (영남의 지지세가)국정운영의 동력이 돼야 하는데 안 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결국 (영남이)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호남도 앞으로 윤석열정부와 민주당이 큰 싸움을 할 경우 제일 앞장서서 민주당을 도와줄 지역"이라고 진단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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