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고물가 형상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과거 30여년간의 물가안정기보다 더 빈번한 물가 불안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독과점적 시장구조인 석유·석탄제품 품목의 과도한 가격상승 억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28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폭과 국내 가격 상승폭 중 석탄·석유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30.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으로 진단되고 있다.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은 공급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 등이 인상될 때 기업이 늘어난 생산비용을 재화나 서비스에 반영하면서 나타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3% 오른 120.47로 7개월 연속 상승세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수입물가 상승률은 33%를 넘어선 상황이다. 수입물가가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기여하는 정도는 최소 72%에서 최대 82%로 추정된다.
특히 에너지와 비료, 농산물 등 식품관련 가격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6월 기준으로 수입물가 상승률을 보면 비료·농약이 91.4%, 석탄·원유·천연가스가 86.7% 상승했다. 석탄·석유제품도 53.8% 올랐다.
우리나라 생산자물가 중 수입 에너지 가격은 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비중이 높은 구조 때문이다. 수입물가가 모든 품목에서 10% 상승한 경우보다 수입 에너지 가격만 상승해 전체 수입물가가 10% 상승한 경우에서 국내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1.5배 크다.
석유·석탄제품은 비용이 오른것보다 가격이 오른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품목별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폭과 국내 가격 상승폭을 비교했더니 대부분 그 차이가 미미했다. 하지만 석탄·석유제품은 가격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30.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갖는 산업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심한 상황에서 비용상승을 크게 상회하는 가격 상승이 보인다는 게 산업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일부 업종에서 수입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비용상승을 훨씬 초과하는 가격상승의 사례가 관찰된다"며 독과점적 시장구조에 기초해 비용 상승분을 훨씬 초과하는 과도한 가격상승이 판단되는 경우 이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한 인플레 대응 정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수입물가의 높은 상승에는 국제가격 상승 뿐 아니라 환율 상승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달러 기조 속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년4개월 만에 1340원을 넘어선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수입물가 상승의 3분의 1이 환율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물가는 수입물가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고 최근들어 그 정도가 커지는 추세다. 이는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진 점, 글로벌화·디지털화·금융화로 충격 전파속도가 빨라진 점, 수입물가 변동성이 확대된 점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등의 진정 추이, 긴축에 따른 세계경기 후퇴 전망, 전년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돌발변수가 없을시 하반기로 갈수록 이번 인플레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미래에 관해서는 "과거 약 30여년간의 물가안정기에 비해 향후에는 물가불안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불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크게 주요국의 인구 변화에 따른 글로벌 노동공급 둔화,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가치사슬(GVC) 후퇴,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비용상승 등"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 금융정책과 더불어 환율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긴요하다. 금리 인상 역시 대외 금리 차이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28일 발간했다. 사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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