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부터 불꽃 튀는 신경전…권성동 "드디어 이재명의 민주당" 대 이재명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
"무주택자 종부세 완화, 대선공약대로"…"서민용 주거 예산 삭감, 지역화폐 예산도 전액 삭감"
2022-08-31 14:45:44 2022-08-31 14:51:54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무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협조를 당부하자, 이 대표는 지난 수해로 피해 입은 반지하 주민들을 언급하며 윤석열정부가 서민의 주거환경 개선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지역화폐 예산, 노인·청년 일자리 예산 삭감한 것 등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이 초대기업·슈퍼리치를 위한 정책만 펼치고 있다고 공격했다. 당황한 권 원내대표는 서둘러 ‘당 철학이 다르다’며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 원내대표와 여야 수장으로 만났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 징계 이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이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으나 법원 제동에 막혔다. 30일 의원총회를 통해 새 비대위 출범을 결의했고, 출범 전까지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중앙대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곧장 신경전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기사를 보니까 처음부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며 “지난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드디어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고 전당대회 결과를 비꼬았다. 그러자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죠?”라고 물으며 여당 내홍으로 받아쳤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명시되지 않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대신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호칭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에 황급히 “그냥 원내대표”라고 불러 달라며 난처함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신경전은 계속됐다. 먼저 공격에 나선 것은 권 원내대표였다. 그는 “앞으로 국회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하고, 경쟁과 견제 속에서도 상생과 협력이 잘 이뤄져야겠다”며 “(이 대표가)무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완화하겠다고 (대선)후보 시절 공약하셨는데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부분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줬으면 하는 부탁의 말을 드린다”고 웃어보였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종부세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 가급적으로 협력적 입장을 가지라고 이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권 원내대표께서 지나치게 과도한 욕심은 내지 말라”고 답했다. 
 
이 대표도 지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그는 “(권 원내대표가)반지하방 참혹한 현장을 보시고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말이 있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번에 예산을 보니까 서민용 영구임대주택 예산을 5조6000억원을 삭감했다. 그렇게 하면 그 분들이 갈 곳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황한 권 원내대표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이 문제 제기를 하면…”이라고 주제를 전환하려 했으나, 이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 공세를 펼쳤다. 그는 “말씀을 주셨으니 저도 한 번 말해보려 한다"면서 "소상공인 골목상권에 도움이 되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윤석열정부에서)전액 삭감했다. 전국에서 얼마 되지도 않지 않냐. 고려해달라”고 했다. 지역화폐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표의 최대 치적 중 하나였다. 또 “노인과 청년 일자리 예산 삭감은 지나쳤다”며 “초대기업, 슈퍼리치 감세를 13조에서 16조원을 한다는데 그런 것을 하지 말고 서민을 지원해야 하지 않나”라고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한 마디 꺼냈다가 곱절로 받은 권 원내대표는 연신 당황한 얼굴로 “민주당의 철학과 우리의 철학이 달라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 아니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식 방법으로 하는 게, 민주당의 정책으로 하는 게 옳고 효과적인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방식대로 하는 게 국민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치열하게 토론과 논증이 필요한 과제”라고 말한 뒤 면담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로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권 원내대표를 만나기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김 의장은 이 대표의 당대표 당선을 축하하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경제, 특히 일자리와 복지 면에서 큰 성과를 만들어서 다른 지자체를 선도해왔다. 경륜을 토대로 중앙정치에서도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덕담했다. 이 대표는 “의장님 말씀대로 민생이 제일 중요하다”며 “여당과 야당 간의 관계라는 것이 소모적인 경쟁이나 마이너스 경쟁이 아니고 잘하기 경쟁, 성과를 통해서 국민에게 평가받는 선의의 경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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