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 A호텔은 지난 4월 채용 사이트를 통해 조리팀 사무관리 직원 채용광고를 게재했으나 조리팀 사무관리 업무와 무관한 정보를 기재토록 했다. 입사지원서에는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구직자 본인의 키와 몸무게, 가족의 학력 등의 기재란이 있었던 것. 이는 직무 관련성이 없는데다, 개인정보 요구를 금지하고 있는 채용절차법 위반 사안으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았다.
# B병원은 지난 3월 간호사 5명을 모집하면서 자비로 건강검진을 받은 후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채용심사비용을 구직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현행 채용심사를 목적으로 구직자에게 채용서류 제출에 드는 비용 이외의 금전적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 관할 고용노동지청은 채용절차법 제9조 위반을 근거로 B병원이 건강검진비용을 구직자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채용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구직자 키와 몸무게, 가족의 직업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2년 상반기 채용절차법 지도점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 사업장 620곳 중 100개 사업장이 123건의 채용절차법을 위반했다.
채용절차법은 △거짓 채용광고 금지 △채용광고 내용 및 근로조건변경 금지 △부당한 청탁·압력 등 채용강요 금지 △채용서류 요구 시 반환 의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부모·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 요구를 금지하고 있다.
123건 중 4건은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키, 몸무게, 가족의 학력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A호텔을 비롯해 개인정보 요구 4건에 대해 총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간 많은 개선 노력에도 여전히 일부 기업에서 이러한 개인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며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조건이 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B기업과 같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채용심사 비용을 구직자에게 전가한 4건의 사례도 덜미를 잡혔다.
아울러 채용 여부 고지 등 법상 권고 사항도 함께 점검해 106건을 개선 권고했다. 채용 과정에서 최종 합격 여부를 합격자에게만 고지하고 불합격자에게는 알리지 않은 사례 등도 있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은 채용 대상자를 확정한 경우 지체 없이 채용 여부를 구직자에게 알려 취업 활동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에 이번 점검에서 개선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간 지속적인 점검·홍보 등의 영향으로 점검 사업장 대비 법 위반 비율은 점차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1.5%이었으나 지난해 5.8%, 올해 2.7%로 낮아졌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불공정 채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과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지원 방안도 함께 강구해 공정한 채용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현장 노조의 자기 조합원 채용 강요 등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올해 3월 근절방안 발표에 이어 하반기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가 점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6일 사업장 6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상반기 채용절차법 지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채용박람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