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맞아 정부여당과 벌여온 정쟁을 중단하고 애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안일한 인식과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날을 세웠다. 사태가 일단락되면 본격적인 책임 추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31일 오전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들은 검은 양복에 오른쪽 가슴에는 ‘추모’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헌화와 묵념을 마친 뒤 침통한 표정으로 합동분향소를 빠져나갔다.
이 대표가 침묵한 채 곧장 향한 곳은 이태원 참사 현장이었다. 이 대표는 용산소방서장과 함께 참혹했던 현장을 둘러보며 당국의 미흡했던 대처를 질타했다. 이 대표는 최 서장에게 “사람이 많으면 질서유지가 포기되는 것이냐”, “통제할 생각은 있었던 것인가” 등 당시 상황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에 최 서장은 “(통제 계획이)없었다”며 “차도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안전계획 대책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계획이 있었으면, 인력이 부족하면 충원을 해서라도 막았을 텐데 계획 자체가 없었으니 처음부터 그냥 뒤섞이게 방치한 것”이라며 “그것이 첫 번째 문제인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좁은 골목에 핼러윈 행사를 즐기러 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형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154명이 사망했으며 중상 33명을 포함해 부상자는 총 149명이었다. 당시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 인력은 200여명 미만이었고, 그나마 투입된 인력도 불법촬영·마약 등에 집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10만명이 넘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예측됐음에도 예년과 같은 통제 등의 안전계획이 없어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 장관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제(29일)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다"면서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해 안일한 인식과 함께 책임 회피성이 아니냐는 지적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앞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를 보여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게 아니라 낮은 자세로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언급, 이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을 겨냥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발언은)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어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지금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얘기를 던질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잘 모르면 입을 닫고 있어야지, 왜 자꾸 변명하다가 국민들 화를 북돋우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안전 불감증이 이런 대형 사고를 키우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아주 부적절했다"고 질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정쟁을 최대한 자제하며 애도에 전념했다. 이날 예정돼 있던 ‘김진태발 경제위기 진상조사단’의 강원도청 방문,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의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 정치 공세성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신 이태원참사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현안 질의 등을 준비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이와 함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30일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불필요한 행사 참석, 음주, SNS 글 게시 등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해당 지침에 반하는 행동이 나오자, 즉시 고강도 조치를 취하며 혹시나 있을 역풍 차단에 주력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서영석 의원이었다. 서 의원은 참사 다음날인 30일 경기도 파주 한 저수지에서 ‘민주당 부천시(정) 당원교육 워크숍’을 진행했다. 당시 서 의원은 당원들과 운동을 한 뒤 술을 마셨고, 이후 포천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술자리를 한 차례 더 가졌다.
당 차원의 경고에도 서 의원의 부적절한 술자리가 드러나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 감찰을 지시했다. 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크샵)출발 이후 당의 지침을 받았다. 하지만 사려깊지 못한 행사 진행으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반성하고 자숙하겠다”며 “소중한 사람을 잃고 가슴 아파할 피해자 유가족분들과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태원 참사를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며 윤석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작성했다가 당내외 비판에 직면, 해당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대참사를 면할 수 있다"면서 "섣부른 결론을 내고 원인이 나오기도 전에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이라고 부연했다. 행안부는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이 장관 말을 전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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