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민들 "154명이나 사망…책임 없다는 게 말 되나"
세월호 유족 "8년 전과 달라진 것 없어…정부책임 분명히 해야"
"'시뮬레이션·안전 가이드' 마련했으면 막을 수 있던 인재"
2022-10-31 17:48:44 2022-10-31 19:09:0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참사를 겪어본 부모로서, 이번 이태원 참사로 유가족들이 앞으로 겪게 될 일들이 남일 같지 않다. 사망자가 154명인데 넘는데 책임 소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창현이 엄마' 최순화 씨는 이번 참사로 유가족들이 겪을 아픔을 걱정했다.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또래였을 희생자들이기에 부모로서 그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최 씨는 이날 다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들과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며, 이번 참사가 8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탄식했다.
 
최 씨는 "8년 동안 사고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그렇게 수없이 외치고 많은 싸움들을 해왔는데, 멀쩡한 도로에서 또 참사가 일어났다는 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재난안전법은 왜 있겠나. 용산구청이든 정부든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그게 따른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이날부터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는 지난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오전부터 시민들이 분향소가 개방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민 분향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 인사들이 다녀간 뒤 오전 10시가 넘어서 시작됐다.
 
시청에서 가까운 곳에 살아, 일찍부터 헌화를 하려고 기다렸다는 70대 김성환 씨는 "사고가 난 당일에 대학생 손녀가 이태원에 간다고 했던 터라, 뉴스를 보고 전화를 했다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라며 "희생자들이 손녀 또래라 좋은 곳에 가라고 하려고 분향소에 왔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사망자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또래라는 이유로, 자식·손주뻘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아픔에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더 필요했다는 의견과 동시에 이번 참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미리 예견하고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점심시간에 맞춰 추모를 나왔다는 20대 직장인 고연희 씨는 "우리 나이 또래에게 이태원은 워낙 익숙한 공간이라서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고 씨는 "시민들이 아무리 질서를 지키려 해도 그 상황에서는 패닉이 올 수 있지 않냐"며 "뉴스를 보면 경찰도 안전보다는 마약 범죄에 초점을 맞춰 가동했다고 하고, 또 경찰은 병력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는데 질서의식을 너무 시민에게만 전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국화꽃이 놓여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려고 신촌에 왔다가 신촌파랑고래 분향소를 찾았다는 10대 청소년 이현 씨는 "제 또래 청소년들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사고를 예상하지 못하고 신나게 집을 나섰다가 고통스럽게 갔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사고가 난 곳은 차가 잘 다니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면서 질서를 미리 시뮬레이션을 하고 일방통행 등 가이드를 마련했으면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사고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시작됐다. 건너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외국인은 소리 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폴리스라인 밖과 거리 곳곳에는 추모객들이 놓고 간 국화꽃이 가득했다. 인도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종교 의식을 하던 스님들과 경찰이 도로통행 방해 등을 이유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를 모두 지켜보던 "우리나라는 작은 지역까지도 축제가 정말 많은데, 이와 관련해서 데이터가 없는지 궁금하다"며 "행안부는 경찰을 200명 배치했다며 안전 조치에 마치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부가 조치를 잘했다기 보다는 그냥 아무일이 없었기 때문에 괜찮아 보이는 것이었을뿐"이라고 지적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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