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가 흡수합병한 부품 계열사의 타이어몰드를 시장 가격보다 비싼 수준으로 매입해오다 공정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부품 계열사의 이익을 늘려 흡수합병 때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고 108억원에 달하는 배당금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80억300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8일 밝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도 결정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몰드를 장기간 납품해온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인수를 위해 'MKT홀딩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2011년 그룹에 계열 편입했다. 타이어몰드는 타이어의 패턴, 디자인, 로고를 구현하기 위한 틀을 말한다.
MKT홀딩스는 한국타이어 50.1%, 총수 일가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조현범 대표(회장)와 조현식 고문이 각각 29.9%, 2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번 고발 대상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부품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지주사다.
MKT를 계열에 편입한 후 한국타이어는 2013년까지 기존 단가 체계를 유지한 채 거래물량을 늘렸다. 이에 따라 MKT는 2008~2011년 144억7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이 2012~2013년 197억4000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업체에 대한 발주 물량을 줄이면서 관련 회사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비계열사 발주 비중을 다시 늘리면서 MKT 이익보전을 위한 '신단가 정책'을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총수 일가의 사익을 편취한 한국타이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0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8일 밝혔다. 표는 '신단가 정책의 의도 및 목적 관련 자료'. (출처=공정위)
신단가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10%, 이윤 15%를 더해 단가로 책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타이어몰드 거래조건은 경쟁사 가격보다 약 15% 높아지고, 이전 단가를 적용했을 때보다 매출액 또한 16.3% 증가했다. 이는 경쟁사인 금호·넥센 등 다른 타이어 제조사에서 쓰지 않는 등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단가 책정 방식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또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상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목표 매출이익률이 40% 이상 실현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신단가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인상 효과가 작은 것은 비계열사에 주문하는 발주 정책도 적용했다.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를 적용하면 과도하게 가격이 인상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MKT 인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과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4년여에 걸쳐 장기간 유지했다.
MKT 인수 당시 MKT홀딩스는 448억5000만원을 차입했고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348억5000만원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잔여 차입금은 2015년 상환을 완료했다.
이번 부당지원으로 발생한 이익은 MKT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으로도 쓰였다. 차입금 상환 이후 MKT는 2016~2017년에 걸쳐 조현범 회장, 조현식 고문에게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부당지원이 계속되는 동안 MKT 몰드 매출이익률은 평균 42.2%에 이르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12.6%p 높은 수준이었다. 고가매입 행위로 인해 관련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도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에 대한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은 신단가 정책의 핵심내용이 원가 과다계상과 가격인상에 대한 부분인데, 동일인 2세가 구체적으로 지시·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총수 일가의 사익을 편취한 한국타이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0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대표.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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