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21년간 정부 공적자금에 발이 묶였던 수협중앙회가 전액 상환으로 채무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23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 1조1581억원 중 미상환 잔액 7574억원에 해당하는 국채를 지난 9월 예금보험공사에 전달해 공적자금 상환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날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증권·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사업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수협중앙회는 은행 배당금 등을 오로지 공적자금 상환에만 사용해야 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제한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신사업 발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수협중앙회는 장기적 발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위주 수익구조와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사업 규모인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수협중앙회는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제약 탓에 사업확장과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었고, 그 결과 금융사업 경쟁력이 뒤처졌다.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다양한 비은행 업종 자회사를 지주사 밑에 둬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로 수익성을 극대화해 금융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협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올해 초부터 공적자금 조기상환 관련 컨설팅을 통해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전환 사례, 지주사 전환 효과 등을 검토하며 지배구조 개편 준비를 해왔다.
수협중앙회는 우선 금융지주사 설립 요건인 비은행 계열사를 확충하기 위해 지배구조 정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투입자본 대비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소형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 설립 인가 요청에 필요한 최소 자회사 요건을 갖추게 되면, 내년 3분기부터 금융지주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지주 설립 이후에는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를 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해 2030년까지 사업 다각화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새로 인수하는 비은행 계열사는 당분간 수협은행 자회사로 있다가 지주사가 설립되면, 중앙회를 100% 모회사로 둔 금융지주사 밑에 은행을 비롯한 증권, 캐피탈, 카드, 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로 지배구조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협중앙회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면 수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돼야 한다.
수협중앙회와 유사한 협동조합 형태에서 지주사로 전환한 농협중앙회의 경우, 농업협동조합법에 중앙회는 회원·조합원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신용사업·공제사업 등 금융사업을 분리해 농협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규정이 있다.
수협법에도 금융사업을 분리해 지주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추가돼야 수협중앙회의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다. 수협법 개정은 금융지주사 설립 요건을 먼저 갖춰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수협중앙회는 전망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공적자금 조기상환 관련 컨설팅을 통해 공적자금 상환 이후 지주사 전환 필요성과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전환 사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했을 때의 장단점 등을 꼼꼼히 검토했다"며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사이의 연계 영업, 공동 마케팅 등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는 23일 오전11시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을 열고 '수협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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