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암이 걸렸을 때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환자 몸 상태를 봐가면서 해야 합니다. 치료를 받다가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거든요.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도도 다 맞는 말인데 업종과 상황에 따라 세심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루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5일 열린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성토에 공감하며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3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 8시간 범위 내 추가 연장근로의 일몰을 연장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영 중기부 장관을 비롯해 황인환 중기중앙회 부회장,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회장,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 박노섭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김경숙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김덕재 IT여성기업인협회 부회장, 이기현 이노비즈협회 부회장과 중소기업 단체 소속 중소기업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직원들의 불만 △인력난 △납기 차질 △생산성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구경주 이플러스마트 대표는 "고임금을 원하는 직원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례업종을 확대해 업종별로 탄력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 자영업자의 숨통을 조이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고 있다"며 "연장수당 감소분을 메꾸기 위해 직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노동시간은 더 늘어났지만 임금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판지 사업을 하고 있는 박재경 삼일기업 대표는 "박스산업은 제품 생산의 마지막 공정에 투입되는 제품이다. 납기가 생긴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시 인력 시간의 부족으로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보도블럭 제조업체인 박문석 데코페이브 대표는 "전 직원의 60%가 외국인 근로자인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제안하자 외국인 근로자 중 6명이 회사를 나갔다"며 "지금 인원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 생산량이 20%나 줄어든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한순간에 생존의 기로에 놓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철강과 시멘트처럼 한 번 제조를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업종이 있다. 굳어버리기 때문"이라며 "업종의 상황이나 현장에 대한 확인도 없이 일괄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 안 된다. 추가연장근로제를 관철시키지 못하면 내년 1일1일부터 범법자가 된다. 이것을 꼭 막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중소기업들의 현장 고충을 청취한 이 장관은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며 "대기업이나 자사 브랜드로 사업할 수 있는 규모가 있는 업체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수 있지만 위탁 생산을 해야 하는, 스케줄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납품단가연동제에 대한 변화처럼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은데 일단 추가연장근로 일몰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중기부에서 총력을 기울을 예정"이라며 "그 결과와 별개로 주 52시간 근무제 문제를 함께 뛰어다니면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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