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치료옵션으로 활발하게 쓰였던 항체치료제가 몰락 단계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유행이 4년가량 이어지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한 영향이다.
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말 일라이 릴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벱텔로비맙'을 긴급사용승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FDA가 지난 2월 긴급사용승인한 벱텔로비맙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치료 목적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다. FDA는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Q 계통에 대한 치료 효과가 감소해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라이 릴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벱텔로비맙'의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했다. (사진=FDA)
항체치료제는 바이러스의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을 타깃하는 항체를 체내에 주입해 치료 효과를 유도하는 의약품이다. 일반적으로 항체치료제는 감염병 발생 초기 다른 치료제에 비해 개발하기 쉽고, 변이가 적은 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파이크 단백에 변이가 생기면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내성이 생기기 쉽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항체치료제의 특성은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도 동일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해외에선 일라이 릴리를 비롯해 리제네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이 항체치료제 개발을 주도했다. 이 기업들이 개발한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전 효과를 보이기도 했으나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뒤에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사진=셀트리온)
국내에선
셀트리온(068270)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해 허가당국의 조건부 허가를 거쳐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오미크론 중화능 감소가 확인돼 현재는 쓰이지 않는다.
벱텔로비맙 퇴출이 확정되면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사실상 없어졌다. 국내외에서 예방용으로 쓰이는 '이부실드'가 있긴 하지만, 치료 목적의 항체치료제는 벱텔로비맙이 마지막이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벱텔로비맙 긴급사용승인 취소가 항체치료제의 한계를 보여준 셈이라고 풀이했다.
김우주 교수는 "항체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에 붙는 치료제"라며 "변이가 없거나 적은 바이러스에는 사용할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에 몰려있고 가장 심해 활용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벱텔로비맙이) 사실상 마지막 항체치료제였는데 BQ 계통에 효과가 없어 긴급사용승인 대상에서 빠졌다"며 "이전에 개발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도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고 부연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항체치료제를 제외한 다른 치료옵션 사용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항체치료제는 개발 비용 등에 비해 (코로나19 유행을) 따라가는 정도가 너무 늦어 역할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항체치료제 자체가 급할 때 쓰는 수단일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항바이러스제처럼 바이러스를 직접 사멸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며 "이미 개발된 다른 치료제를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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