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매번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맡아온 배우 유선호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tvN 드라마 ‘슈룹’에서 맡은 계성 대군 역시도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였고 연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반드시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고집으로 계성 대군을 만들어 냈기에 유선호는 ‘슈룹’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tvN 드라마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옛말로,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유선호는 “1년 정도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심혈을 다했던 작품이라 섭섭하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도 든다”고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했다.
유선호는 화령(김혜수 분)의 넷째 아들로 서예, 그림, 가야금에 능하면서도 엄마한테 딸 같이 살가운 아들 계성대군 역할을 맡았다. 계성대군은 왕실에 성소수자 캐릭터라는 점에서 극 초반 주목을 받았다.
계성대군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유선호는 “감독님과 만날 자리가 생겼다. 모든 왕자의 대본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분량만 20~30페이지 정도 됐던 것 같다. 다 준비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모험을 했다. 마음에 드는 한 캐릭터만 준비해서 나갔다. 그때 준비한 캐릭터가 계성대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팅을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감독님이 ‘아직 어떤 캐릭터를 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셨다.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계성대군의 서사나 정체성에 대해 몰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유선호는 계성대군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이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는 “시놉시스로 계성대군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됐다.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잘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너무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의성군이나 보검군을 고민하셨다고 했다. 눈이 선한데 악역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셨단다. 그래도 감독님에게 꼭 계성대군을 하고 싶다고 어필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본을 봤을 대 계성 대군의 섬세함, 감정, 깊은 감수성이 재미있게 읽혀졌다. 이런 시도를 해보지 못했던 것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tvN 드라마 '슈룹' 유선호 인터뷰.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유선호는 계성대군을 연기하기 위해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다. 그는 “성 정체성에 대해서 접근한 부분도 있지만 꼭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다. 다큐멘터리도 보고 논문도 찾아봤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대한 계성 대군에게 다가가려고, 느껴보려고 했다. 작은 감정부터 큰 감정까지 공부하고 메모를 했다”고 밝혔다.
계성대군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큰 계기는 여장 테스트 촬영이었다고 했다. 유선호는 “테스트 촬영이 좋았던 것이 계성 대군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색다르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반응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스트 촬영 당시 자신의 여장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단다. 그는 “테스트 촬영을 할 때 뭔가 내가 생각한 느낌과 달랐다. 당시 근육도 더 많이 붙어 있고 해서 몸이 커 보였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조금 빼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운동을 좋아하는데 근육을 빼는 시간을 가졌다. 여장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생각한 계성 대군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선호는 “계성 대군을 연기할 때 나만의 디테일이 있었다. 걸음걸이부터 자세까지 다르게 했다. 하지만 한복을 입고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아쉽긴 했다. 웃을 때 손을 가리는 것도 대본에는 없었지만 내가 추가한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첫 사극에 도전한 유선호는 “처음 사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준비하는 근본은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니터를 해보니 기술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극 톤이나 한복을 입고 있다 보니 동작이 제한되는 부분까지. 경험이 부족했다. 어떻게 하면 유연하게 할 수 있는지 팁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슈룹' 유선호 인터뷰.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계성 대군은 캐릭터 특성상 감정 장면이 많았다. 유선호는 김혜수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준비한 것을 가지고 김혜수 선배와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주고 받다 보니 그 이상이 나오더라. 심지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는 순간이 있기도 했다.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뿌듯해 했다.
특히 유선호는 극 중 계성 대군에게 화령이 비녀를 주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대사 없이 해야 하는 장면이라 걱정을 했다. 김혜수 선배의 에너지가 크게 느껴져 찍으면서도 너무 좋았다. 감독님도 좋아해 주셨다. 장면이 끝나고 김혜수 선배가 ‘방금 한 게 진짜 연기야’라고 하시는데 소름이 돋았다. 며칠 동안 여운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회 계성대군이 떠나는 장면에 대해 “선배님과 마지막 촬영이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감정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선배님도 칭찬을 해주셨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되게 연기해서 좋다’고 해주셨는데 그 말이 살아가면서 내가 연기하는 모든 순간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슈룹' 유선호 인터뷰.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유선호는 드라마 ‘거북이 채널’ 상두, ‘언더커버’ 한승구’, ‘우수무당 가두심’ 현수 등 매번 캐릭터 성이 짙은 역할을 맡아왔다. 유선호는 “상두 역할을 연기할 때 연기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그때부터 제대로 된 시작이었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했는데 쉽지 않았다. 나와 연기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상두를 연기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 연기로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모두 내 선택이었다. ‘언더커버’ 당시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승구 캐릭터가 재미있어 보였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포기한 작품이 잘 돼서 조금 아쉽긴 했다고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유선호는 “계성이도 감독님에게 어필을 해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이다. ‘우수무당 가두심’의 현수도 내가 어필을 해서 만들어낸 역할이다. 쉽게 설명할 수 없지만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다. 내가 받은 에너지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시청자들이 에너지를 잘 받았을 때 행복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선호는 “준비 과정이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있다. 생각이 막힐 때는 작아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연기로 해낼 때의 뿌듯함과 현장에서 호흡을 주고 받는 느낌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잘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tvN 드라마 '슈룹' 유선호 인터뷰.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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