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불씨 여전…경영계 "연장시 연간 2.7조 비용"
경제6단체 "수출 경쟁력 악화…교통안전 목표도 실패"
시민사회, 일몰제 폐기·전면 확대 위한 논의 시도 촉구
2022-12-18 09:00:00 2022-12-18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면서 단행됐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이 종료됐지만, 제도의 존치를 두고 여전히 경영계와 노동계가 각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영계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과 확대 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반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일몰제 폐기와 전면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대화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의 '화물연대 파업과 안전운임제 연장 및 확대의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의 운임 인상률이 3년간 지속되면 매년 2조7000억원(GDP의 0.13%)씩 3년간 8조1000원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몰제 연장 시 고용은 연 0.04%, 수출은 연 0.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일몰제 연장과 함께 적용 대상 확대까지 이뤄지면 매년 최소 21조5000억원에서 최대 21조9000억원(GDP의 1.04%~1.07%), 3년간 누적 65조3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화물연대의 요구대로 안전운임제 대상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하는 것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로 물류 운송이 재개된 지난 12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2차례 파업으로 10.4조 직·간접적 손실"
 
한경연은 올해 2차례 발생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타이어 등 부문별 직접 피해 규모와 간접적 경제 손실 규모까지 추정한 결과 10조4000억원(GDP의 0.52%)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안전운임제를 통한 교통안전 제고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경제적 비용은 상당히 크므로 산업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교통안전은 법·제도·교통문화 등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며, 운임 가격을 보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6단체는 지난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 3년간의 시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보여준 안전운임제에 대한 폐지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의 기능을 무시하는 안전운임제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정부가 운임을 강제하고 화주를 처벌하는 독특한 규제"라며 "단기간의 급격한 운임 증가는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 악화와 수출 기업들의 국내 생산 위축의 원인이 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운송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해 차주의 일감과 수익 감소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통안전이란 공공의 당위적 목표 달성도 실패했다"며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교통사고는 11.5% 감소했지만,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견인형 화물차 사고는 8% 증가하는 등 교통안전 개선 효과는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통안전을 차주의 소득 보장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추상적인 시도보다는 디지털 운행기록(DTG)의 제출 의무화와 이의 활용을 통한 일일 운행 시간 제한, 휴게 시간 보장 등 더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안전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63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화물연대 탄압 중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기, 전면확대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물 노동자들이 초과 업무로 손실 막아 온 것"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시행 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0%에서 10.0%로 감소하고, 컨테이너의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이 29.0%에서 1.4%, 시멘트의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이 50.0%에서 27.0%로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63개 시민사회종교단체는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기와 전면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문에서 "윤석열 정권은 화물연대 파업 투쟁에 대한 악의적 선동과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지난 6월 약속한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을 위한 화물연대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국회도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의 꼼수가 아닌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위한 논의 기구'를 빠르게 구성하고, 화물 노동자의 안전과 도로 안전, 국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12일 논평에서 "보수·경제지들은 화물연대의 파업 내내 이들이 파업에 나서게 된 원인이나 안전운임제의 바람직한 개선 방안 등을 살피는 게 아니라 파업에 따른 과장된 경제적 손실만 거론하기에 급급했다"며 "반대로 설명하자면 그렇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화물 노동자들이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는 초과 노동을 통해 온몸으로 막아 왔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이제 와서 정당한 운임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며 "굳이 경제적 손실 운운하려거든 먼저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나 불공정한 계약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과적 운행 방지와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화물 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적정 임금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의 일몰 시한은 이달 말이다. 
 
앞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11월2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기한을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고,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면서 그달 24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정부는 업무 개시 명령 개시 등으로 화물연대를 압박했고, 결국 화물연대는 총파업 16일 만인 12월9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총파업 종료와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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