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2차관(오른쪽)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약식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외교 차관이 10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완화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12월 제7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공동성명에서 'IRA 관련 건설적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진전된 해법은 아직 모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는 3월 미국 재무부의 IRA 전기차 세액공제 가이던스(하위규정) 발표 전까지 한미가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페르난데스 "IRA 우려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은 서울 이날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양자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제7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공동성명의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세부 이행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인데요. 양측은 경제안보 조기경보시스템을 연계하는 작업과 반도체·핵심 광물 등 공급망 협력을 중심으로 한 추가적인 협력 진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특히 이번 한미 외교 차관 협의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단연 IRA였는데요. 이 차관은 협의를 마친 뒤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IRA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한미 간에 진행해온 협의를 바탕으로 해서 재무부 하위 규정 준비 상황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완화하고 호혜적인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페르난데스 차관도 "우리는 이 법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법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과 계속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측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공동성명에서 'IRA 관련 건설적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차관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을 만나 "(미국 측의) 조금 더 추가적인 조치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한미의 IRA 논의 과정에서 미국 측의 전향적인 해법이 마련되기를 바랐습니다.
3월 미 재무부 '3년 유예' 등 방안 마련 주목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IRA에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1000만원 상당의 세액공제(보조금)를 제공하는 혜택이 담겨 있는데요. 이로 인해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조립해 미국에 수출 중인 업체는 불이익을 받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말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이후 한국 정부의 우려를 일부 반영해 '한국산' 전기차도 리스·렌트 등 상업용 차량으로 판매할 경우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한국 기업은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IRA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 수혜를 볼 수 없었던 '한국산'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는데, 적어도 리스·렌트 차량에 한해선 이런 걱정을 덜게 됐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IR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액공제 정책을 3년가량 유예하는 등의 방안이 나와야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는 분위기인데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세액공제 정책을 3년가량 유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미국 재무부가 마련 중인 하위규정에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완화하는 방식의 대안을 포함시키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IRA의 3년 유예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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