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전문가들은 고물가에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이는 슈링크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합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슈링크인플레이션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정부가 업체들을 불러모아 가격 인상 자제와 고통분담을 요청한 상황이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은 영국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주요 선진국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소득은 그대로지만 물가는 계속 오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을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에서 한 손님이 영수증을 보며 고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같은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가 물량의 변화를 바로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물량을 줄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속임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식품업체들은 소비자가 바로 인지하지 못하도록 양을 조금씩 줄일 것"이라며 "양 줄인 것을 뒤늦게 깨닫고 나면 소비자는 업체들의 상술에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려되는 점은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점입니다. 서용구 교수는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며 "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신 양을 줄이는 것은 원가부담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체들도 생산성,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은희 교수는 "식품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것 외에도 제조과정에서 물류비, 포장비 등 비용을 절감 여지가 있다"며 "효율적인 생산을 통해 원가부담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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