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독립된 조사기구 설립을 주장하는 이유는 결국 ‘진상 규명’입니다.
작년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안치실 입구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규모 인파 예상됐는데, 안전관리 왜 안했나
이날 유가족과 대책회의에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왜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는데도 안전관리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요.
2022년 핼러윈데이는 방역수칙 해제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데이로 당연히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재난관리책임기관들은 이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에 대해 안전관리계획 및 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책임자들의 안일한 사고, 혹은 무능이 원인인지,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초점이 경호와 집회시위에 편중된 탓인지, 마약범죄 단속 강조에 따른 질서유지 업무 소흘이 영향을 끼친건지 이들 요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둘째, 참사 당일에 배치됐던 경찰병력들의 활동내역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경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에 137명의 경찰이 배치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경찰들은 오후 6시경 이후 112 신고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파운집 위험을 알리지 않았거나 이에 대응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셋째, 유가족과 대책회의는 경찰이 ‘주요 이벤트’에 대한 112 신고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시한 이유와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특수본 조사에서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참사 직전까지 11번의 112 신고가 이뤄져 참사를 막을 수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당일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주요 이벤트’로 설정한 상태였습니다. 주요 이벤트에 대한 112 신고가 빗발치는데도 이에 대한 상황관리를 하지 않은 이유와 원인에 대한 추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10월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넷째, 참사 발생 이후 대응 과정에서 상황 전파와 보고가 지체됐습니다. 각 재난관리책임기관 간의 상황 전파가 늦어지면서 신속한 대응과 구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원인과 책임 소재가 시스템의 문제인지, 시스템 운영의 잘못인지, 보고 및 비상연락체계가 잘못된 건지 따져야 합니다.
다섯째, 참사 발생 이후 경찰-소방 간의 대응 및 협력도 미흡했습니다. 참사 발생 직후 오후 10시18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24분까지 소방은 경찰에 18번이나 공동대응 요청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경찰기동대가 당일 오후 11시40분 도착했을 뿐 나머지 병력들은 오전 1시 이후 도착해 공동대응 미흡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입니다.
지난해 11월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85분간 중대본 미가동, 중수본 미설치, 이상민 장관 책임은.
여섯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수장으로 재난·안전업무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관이 당일 오후 11시20분 참사를 인지한 이후 현장에 도착한 0시45분까지 85분 동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가동하지 않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과 대책회의는 이 장관의 중대본 가동 지연 및 중수본 미설치가 경찰·긴급의료지원단의 인력 동원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희생자들의 구조와 사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일곱째, 이태원 참사로 모두 15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유가족과 대책회의는 각 희생자별 사망시점과 사망경위, 이송경로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희생자별 구조일지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유가족들은 휴대전화 메시지나 통화내역, 구급대 진술, 생존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구조 과정에서 의무수칙을 위반했는지, 희생자 사망에 끼친 영향은 없었는지 밝힐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복남 변호사 겸 민변 10·29참사대응TF단장은 “하위 직급 책임자만 처벌하면 국민 납득할 수 있겠냐”며 “유가족이 2차 공청회서 밝힌 수많은 의문들 답 듣지 못한 메아리로 남아 있다”고 독립된 진상조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19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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