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넉 달 만에 1만건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가파르게 인상된 금리 여파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했지만, 최근 수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과 함께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바닥 인식이 확산되는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특히 '빌라왕' 사기 사건으로 임대수요의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한 것도, 아파트 전세에 수요가 몰리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926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9960건) 대비 900건 이상 증가한 수치이자, 1만건 돌파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의 일입니다.
아울러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달 다세대·연립 전세 거래량 4551건은 물론, 월세 거래량 3387건까지 합친 수치보다 더 많습니다. 게다가 신고 기간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2월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 거래량이 125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전월 624건의 2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또 △송파구 957건(전월 1294건) △노원구 880건(704건) △강남구 796건(783건) △강서구 724건(595건) △서초구 546건(523건)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지역들 중 송파구를 제외하면 대체로 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 같은 아파트 전세 거래량 증가는 "가격이 내릴 만큼 내렸다"라는 인식이 퍼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지난해 고점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전세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과 함께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동반 하락하면서 최근 수요층 사이에 접근 가능한 전세가격대가 형성됐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죠.
작년 12월 발생한 빌라왕 사기 사건으로 빌라를 기피하는 풍조가 생겨난 점도 아파트 전세 거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전세사기의 핵심은 무자본 갭투자인데, 빌라의 경우 전세 시세 정보가 아파트에 비해 부실하다 보니 갭투자를 악용한 사기 위험성이 더 높습니다.
다만 최근 거래량 증가를 시장 반등 신호로 보기엔 무리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최근 빌라왕 사기 사건으로 빌라 수요가 대폭 축소된 것이 아파트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그러나 거래량 증가를 전세시장의 바닥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최근 수개월간 전세가격이 급락하면서 월세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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