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3년 전 불거졌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 HD현대 측의 불공정 수주 논란을 최근 재점화하면서, 한화그룹과의 인수합병을 미리 준비한 행위란 의혹이 나옵니다. '조건 없는 승인'을 받기 위한 한화의 공정거래위원회 압박에 대우조선도 가세했다는 관측입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이 진행 중인 KDDX 사업자 선정 과정과 사업 진행과 관련된 적접·위법성 여부를 촉구하는 국민감사청구서를 지난 19일 감사원에 제출했습니다. 국민감사청구 사유는 지난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입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이 본격화되기 7년전인 2013년에 관련 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한 것은 인정하지만 2020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쓰지 않아 공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대우조선이 지난 2020년 8월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입수한 자료를 활용했다며 서울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는 논리도 제시했습니다. 또 대우조선은 같은 해 말에도 동일한 취지로 방위사업청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방사청은 현대중공업이 자료를 사업 제안서 작성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대우조선이 한화와의 기업결합을 의식하고 행동했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현재 공정위가 오는 26일 한화-대우조선 결합에 대해 전원회의를 열기로 한 만큼 결과가 임박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군함 시장 내 차별 금지' 조건을 달아 결합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화는 지난 6일 특정 언론 몇몇에 현대를 비방하는 자료를 제작, 배포했습니다. 보도를 청탁한 자료들 중 1건이 KDDX 사업과 관련해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수주 내용입니다. 대우조선이 3년 전 사건인 KDDX 불공정 수주를 지금 시점에서 다시 꺼내든 것 또한 한화의 의도에 호응했다는 지적이 가능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 관련해서는 한화에서 먼저 문제 제기를 했고, 대우조선의 국민감사청구는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보여진다"며 "3년이 지났고 현재 법원 판결 등 사정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국민감사를 청구한 부분이 의아하다"고 말했습니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뉴시스)
한화·대우조선 "기업 결합과 연관 없다"
한화와 대우조선은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화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조선과 어떠한 연결관계가 없는 상태"라며 "대우조선 KDDX 국민감사청구와 관련해서는 언급할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우조선도 조건 없는 승인 압박용 동조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현재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과 거제시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의 진실 규명에 일조했다는 겁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KDDX 사업 감사원 국민감사청구는 적법·위법성 여부에 대한 감사를 축구하기 위해 내부직원 500여명이 자발적으로 청구한 것"이라며 "지난해 방사청이 현대중공업 위법 행위에 대해 법원 판결 확정 이후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움직임이 없어 약속이행 요구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한화가 대우조선보다 먼저 현대중공업의 KDDX 불공정 수주 사건을 알리는 원인은 대우조선을 인수한 뒤, 수상함(물 위에 떠있는 군함) 부문 시장지분 확대 전략이란 가능성도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군용함(군함) 시장엔 수상함, 잠수함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잠수함은 수상함보다 발주가 적다"며 "수상함은 현대중공업 점유율이 훨씬 높은 상황인데 부채도 많은 대우조선의 경우 방산 분야가 수익성 올리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해당 사업 개념설계 자료를 부당한 방식으로 입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지난 2020년 9월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중 8명이 지난해 11월 울산지법으로부터 각각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 방위사업청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건조계약.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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