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원도 가능?"…간호법 갈등 쟁점은 '지역사회 간호'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 둘러싼 해석 차
의협 "의료기관 외에 단독개원 가능할 수도"
간협 "의료법 개설 권한 주지 않아 개원 불가능"
2023-04-22 06:00:00 2023-04-22 06: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다음 본회의로 표결이 미뤄진 가운데 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간호사단체와 의사단체가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의 간호 인력 관련 조항을 떼어내 독립된 법안을 만든 것으로 간호사 면허와 자격, 업무 범위, 처우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습니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의 가장 큰 핵심은 제정안이 담고 있는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입니다.
 
제정안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은 의료기관 외에 '지역사회'에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의 법적 활동 영역을 병원 밖으로 넓히면서 방문간호센터 등을 개원해 단독 운영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간호법 제정이 돌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병원을 벗어나 노인요양원·보건소·학교·사업장 등 지역 사회에서 간호 업무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이 법률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의료법 체계에서는 주민센터 같은 비의료기관에 배치된 간호사들이 혈압 측정 등 의료행위는 불법입니다. 가능한 활동은 건강관리, 상담 등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간호협회가 간호법을 '부모돌봄법’에 비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간협 측은 의료법이 간호사에게 의료기관 개설 권한을 주지 않고 있는 만큼 간호법에 '지역사회' 문구가 있더라도 간호사의 개원은 절대로 불가하다고 설명합니다.
 
의료법 33조는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간호법 10조 2항에서는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호협회는 “간호법에 포함된 간호사의 업무 규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다. 간호법이 통과돼도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없다. 간호법 제정되면 ‘단독 개원’할 수 있다는 것은 의사협회의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습니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의 가장 큰 핵심은 제정안이 담고 있는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입니다. 사진은 간호법 제정 촉구하는 대한간호협회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의협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언제든지 ‘단독 개원’ 등 독소 조항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다른 쟁점은 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권한이 강조되면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간호법 제정안에는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한다(12조)’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를 지도할 간호사를 고용하기보다 간호조무사 대신 간호사를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고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 의료전문변호사는 "병원 개설 정도는 아니더라도 간호사 자격증이 있고, 임상경험 바탕으로 사실상 진료 행위를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미이다"며 "예를 들어 요양병원 외에도 최근 요양원이 많아졌고 간호사 했던 분이 요양원 하는 경우도 많다. 간호사가 병원과 마찬가지로 간호 활동하고 치료하면 우리 요양원이 더 우수하다고 광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역사회 간호' 문구가 들어가면서 의사 진료 행위만큼은 아니지만 공백 메울수 있는 단순 간병과 진료 메울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 아니더라도 보호시설 운영하면서 간호활동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나올 것이고 의사 진료 범위가 모호해지면 영역다툼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을 잘 따져서 어떻게 처리할지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입니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의 가장 큰 핵심은 제정안이 담고 있는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입니다. 사진은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간호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 모슴.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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