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긴 어렵습니다. 고급 음식점을 가지 않더라도 웬만한 식당을 가면 4인에 10만원이 넘어요. 이달 가정의 달이라 돈 쓸 일이 많아 걱정입니다."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모습입니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삼겹살, 자장면부터 프랜차이즈 식품 업체 제품들까지 전방위적으로 먹거리 물가가 대폭 상승한 가운데, 이달 가정의 달을 맞아 외식을 계획하는 대다수 가계의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
3일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2020=100)을 기록하며 1년 전 대비 3.7%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낮아진 것이며,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총지수 측면에서 보면 석유류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서비스 물가는 6.1% 올랐습니다. 햄버거(17.1%) 등 외식 물가가 7.6% 오른 것이 컸습니다. 이는 전월(7.4%)보다도 큰 상승폭입니다. 인건비, 재료비 상승이 외식 물가에 반영된 것이죠. 아울러 외식 외 개인서비스도 5% 상승했습니다.
이 같은 물가 부담은 세부 외식 지표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4월 삼겹살, 삼계탕, 냉면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 대비 7.5∼16.3% 상승했습니다.
특히 삼겹살(200g 환산 기준)의 경우 평균 1만9236원으로 1년 전보다 12.1% 상승했습니다. 2만원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4인 가족이 식당에서 삼겹살을 4인분을 시키고 다른 식사류를 곁들이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나옵니다.
대표적 서민 음식인 자장면도 6800원으로 1년 새 16.3%나 올랐습니다. 또 삼계탕은 한 그릇 가격이 평균 1만6346원으로 1년 전보다 12.7% 비싸졌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는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체감 물가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지표 물가가 마이너스가 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보다 3.7% 올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여전히 고물가 기조는 이어지고 있으며, 하락세로 반전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서민들이 피부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 가격 인상 행렬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도 가격 인상 행렬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촌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F&B)는 지난달 3일부터 가격을 품목별로 500~3000원 높였습니다. 이는 bhc, BBQ 등 '치킨 빅3' 업계 중 가장 빠른 가격 인상인데요. 간장 오리지널은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허니콤보는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전반적인 원부자재 가격 상승, 가맹점 수익 구조 악화 개선 취지에서 인상됐다는 것이 교촌 측 설명입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료까지 지불할 경우 3만원에 가까운 치킨값을 내야 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햄버거 및 피자 업계도 가격을 대폭 올렸습니다. 롯데리아는 지난 2월 총 8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00~400원 인상했습니다. 평균 인상률은 5.1%에 달합니다.
불고기버거 및 새우버거의 경우 단품 기준으로 가격이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조정됐고, 세트 메뉴는 6600원에서 69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맥도날드도 2월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올렸고, 노브랜드 버거도 4.8% 인상했습니다. 또 버거킹은 지난 3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고, 지난달에는 1만6500원짜리 버거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샌드위치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 써브웨이는 올해 2월부터 총 34종 샌드위치 판매 가격을 평균 9.1% 높였습니다. 미스터피자 역시 2월부터 피자와 사이드 메뉴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고물가 기조 지속,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압박이 이어지는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식품 업체들이 타사 흐름에 편승해 가격을 인상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정부가 간담회를 통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할 것만 아니라 다양한 세제 혜택, 인센티브 부여 등 좀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서울 시내 식당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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