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낙인찍기…전 정권부터 부처까지 사정권
취임 1년 윤 대통령 "전 정부 인사 솎아 내야" 강한 드라이브
'전 정부 공공기관장' 한상혁 면직 초읽기·전현희도 계속 압박
2023-05-12 06:00:00 2023-05-12 06:00:00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전 정부 지우기, 현 정부 국정 기조 관철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 정부 인사를 향한 '낙인찍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향후 개각을 명분으로 이들에 대한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입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한 인사조치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국무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국정 기조에 맞지 않는 관료가 있으면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인사 조치 발언 관련해 "취임 1주년을 즈음해 일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강조한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1년 차까지는 인사에 있어서 진드근히 시간을 주고 지켜봤다면 취임 2년 차부터는 새 정부 국정 철학을 막힘없이 펼쳐나가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에 강경성 현 대통령실 산업비서관을 임명했다고 10일 대통령실이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산업부 2차관 전격 경질대대적 인적쇄신 예고편
 
윤 대통령은 발언 하루 만인 10일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산업비서관)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전격 임명하며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예고했습니다. 앞으로 산업부 정책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대통령실이 좀 더 힘을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됐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인적 쇄신이 대통령실 참모진과 장관급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을 인사를 비롯해 1년간 부진한 성과를 낸 인사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과감한 인사조치 발언 배경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정책 추진 부족과 전 정부 인사로 포함된 인적 구성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대통령 경고 대상이 된 산업부와 환경부는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는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를 각각 담당했던 부처입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아직까지 해당 두 부처가 전 정권의 '물'이 덜 빠졌다고 보고 강도 높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을 보입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 당시 "탈원전 등 전 정부 정책을 담당한 공무원들이 새 정부 국정운영에 방해가 되면 솎아내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정부 정책에 관여했던 이들이 새 정부 국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윤석열정부와 여권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을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면직절차 착수'전 정권 인사' 솎아내기 신호탄 
 
전날 정부는 지난 2020년 3월 TV조선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불기속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면직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위원장은 여권으로부터 알박기로 비판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입니다. 인사혁신처는 한 위원장에 대해 청문 절차가 시작됐다는 내용의 등기를 방통위에 발송했고, 방통위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한 위원장을 상대로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제청하면 윤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한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 정부 시절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전 위원장은 정부가 감사원을 내세워 자신을 표적 감사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지난 3일 감사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지난해 8월부터 약 7주간 이어진 특별감사는 "사퇴 압박용 표적 감사를 위한 허위·조작 감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감사원은) 비위 의혹의 증거가 나오지 않자 거의 감사를 종결하려는 시점에 제보자로 강력히 의심되는, 추정되는 분을 증인으로 둔갑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과 맞지 않은 인사를 다 인사 조치하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 법 위반도 하지 않은 공무원을 어떻게 자를 수 있겠느냐"며 "지금 윤석열정부가 알박기 인사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전 정부 인사들로 인해 1년 동안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고 분석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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