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LX세미콘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 후 외부일감을 늘리고 있지만 내부일감이 줄면서 수익성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향 거래가 줄고 중국 BOE향 일감이 늘어나 내부거래 의존도 개선이 나타나나 수익성이 감소한 탓에 LG 계열사에 더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손보익 LX세미콘 사장은 구본준 회장의 신임을 받아왔지만 내부일감에 의존하지 않고 본연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로부터 2272억원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계열분리 전인 작년 1분기 4006억원에 비해 43.29% 감소한 수치입니다. LG그룹향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은 고무적이지만 수익성도 감소해 계열사에 의존해온 한계를 보입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0.87%, 69.43%씩 줄었습니다. 1분기 중국 BOE향 매출이 21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6.7%나 늘었지만 수익성엔 도움을 주지 못한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친족기업과 얽힌 내부거래는 외부일감에 비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LX세미콘은 작년말 늘어난 재고자산을 줄이기 위해 매출채권을 늘리는 등 밀어내기한 정황도 보입니다. 고객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재고를 소진하면서 BOE향 매출만 늘어난 결과입니다.
작년에도 LX세미콘 매출은 11.6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5.96% 줄었습니다. LG디스플레이향 매출은 11.09% 줄고 BOE향 매출은 44.69% 늘어난 결과, 매출이 늘면서도 수익성은 줄어든 것입니다.
공정위는 작년 LX그룹과 LG그룹간 친족분리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일 계획을 제출받았습니다. 특히 LX세미콘은 2021년 기준 LG향 거래비중이 24.2%로 동종업종 평균 3.9%를 훨씬 웃돌아 개선 대상에 지목됐습니다.
공정위는 친족분리 후 3년간 요건 충족 여부를 점검합니다.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제3항에 따라 분리 결정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공정위로부터 사익편취 행위 시정조치를 받아도 취소됩니다. BOE보다 LG디스플레이로부터 더 유리한 조건에 거래했다면 부당지원 행위 여부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손보익 사장은 구본준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오랫동안 신임을 받았지만 LX세미콘 부임 7년차에 난관을 만났습니다. 손 사장 부임 후 LX세미콘 실적도 성장해왔지만 친족분리 후 실적도 줄고 있어 내부일감을 넘어선 능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구본준 회장이 LX홀딩스 외 유일하게 LX세미콘 미등기임원에 올라 손 사장만큼 보수도 수령하고 있어 이래저래 손 사장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LX세미콘은 LG 계열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작년 상반기까지 전방산업의 호조로 DDI 판가가 높게 형성됐으나 하반기 발주처 전방수요 감소 및 판가하락으로 수익성이 감소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재고자산 밀어내기 정황에 대해서는 "웨이퍼 매입 감소 등으로 인한 재고자산 감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손보익 LX세미콘 사장. 사진=LX세미콘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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