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개선 요구는 꿈도 못 꿉니다. 본사로부터 불이익 받을 일 있나요. 본사는 상생 파트너라 강조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명확한 '갑을 관계'에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본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라는 점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강매를 비롯해 치킨 가격 인상 전가, 추가 판관비 집행 등 불합리한 조치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업계 구조적으로 상하 관계가 형성돼 점주들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죠.
특히 대부분 점주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본사에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본사에 문제가 없어서라기보다, 어차피 요구해도 시정되지 않고 심한 경우 보복에 대한 우려가 더 큰 탓입니다.
업계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표면적으로만 파트너십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소통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3개 업체 점주들 과반 "본사에 개선 요구한 적 없다"
4일 뉴스토마토가 bhc·교촌·BBQ 가맹점주(각 50명·총 150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가맹 본부로부터 부당한 경험이나 갑질을 받고 본사에 개선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3개 업체 점주들은 모두 절반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업체별로 살펴보면 교촌은 36명인 72%가 개선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BBQ는 33명인 66%가, bhc는 28명인 56%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 응답자들 중 본사가 정말 개선할 사항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3개 업체 모두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순수하게 없다는 응답은 교촌의 경우 36명 중 14명으로 나타났고, BBQ는 33명 중 15명이었습니다. 또 bhc는 28명 중 단 6명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이들 수치를 제외하면 교촌은 50명 중 22명인 44%가 문제가 있지만 개선 요구에 나서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또 bhc 역시 50명 중 22명인 44%, BBQ는 50명 중 18명인 36%가 불만이 있어도 감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점주들은 모두 개선을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업체에 관계없이 이야기를 해봤자 소용없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고, 요구할 경우 계약을 거절당한다거나, 고객 품질·청결 서비스 등의 활동이 강화되는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반응도 상당수였습니다.
특히 교촌의 한 가맹점주는 "점주들은 이미 점포에 자본을 투입했기 때문에 본사에 뭘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맹점이 독박을 쓰는 경우가 많다. 형태는 자영업자라지만 사업 2년을 넘어가면 종속된 노동자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습니다.
본사에 시정 요구를 했다는 응답자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점주 마진이 너무 작다거나 수익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또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 휴무를 강제적으로 통제해서', '너무 가까운 곳에 본사 매장이 생겨서', '갑작스러운 행사 일정 공지와 이에 따른 과다한 수수료 청구', '본사 마음대로 결정되는 배달 구역', '비싼 기름값'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한편 '부당한 경험이나 갑질을 받은 주요 사례'에 대한 질문에 3개 업체 점주들이 가장 많이 꼽은 대답은 각각 달랐습니다.
BBQ는 21명인 42%가 '본사 제품 강매'를 가장 많이 골랐습니다. 또 교촌은 19명인 38%가 '치킨 가격 인상분 전가'를, bhc는 14명인 28%가 '사전 동의 없는 광고나 판촉 행사'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주요 사례들입니다. 특히 이와 관련 BBQ의 경우 튀김기, 오븐기, 유니폼, 및 행사 제품을 강매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세 가지 사례 모두 해당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이 밖에 기타 갑질 사례로는 교촌의 경우 '일방적인 메뉴 삭제', '한 달 이틀 휴무 강제' 등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또 bhc 점주들은 '리뷰 이벤트 권고 유도', '부당한 계약 해지' 등이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ESG 박차 가하는 업계…실질적 소통 창구 마련 우선돼야
사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입니다. bhc는 지난달부터 전국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무상 지원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교촌에프앤비는 '바르고 봉사단'을 통해 농어촌 지역 나눔 활동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BBQ는 아예 이 같은 ESG 활동을 명문화한 상태입니다. BBQ는 지난달 치킨 업계 최초로 '제너시스BBQ 그룹 사회공헌백서 ESG 2022'를 발간했는데요, 백서에는 '치킨대학' 개관 이후 23년간 BBQ가 진행해온 사회공헌활동 및 ESG 경영 성과 등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외적인 상생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점주들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할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창구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의 문제나 불만을 수렴하기 위해 가맹점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본사에 의견을 개진하는 비중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교촌을 비롯한 본사가 점주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한다는 의미"라며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들은 학습된 무력감을 느끼기 쉬운데, 이는 본사와의 계약 중도 해지 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의견 수렴 창구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한마디로 이들은 개선 사항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한다고 봐야 한다"며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ESG도 좋지만 가맹점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토양이 형성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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