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세부담을 덜기 위한 세법 개정으로 세수 약 47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조단위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세수 효과를 누적 총량으로 파악할 수 있는 누적법을 적용하면 3조원 수준의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번 세법 개정안이 대기업과 고소득자 중심의 세제 혜택으로 쏠렸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거듭하는 감세 정책으로 정부 기조인 '재정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다, 세수 결손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는 순액법 기준으로 4719억원이 줄어듭니다. 순액법은 직전연도 대비 증감을 계산해 연도별 국세수입예산에 반영됩니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가 5900억원 감소합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1690억원, 43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정부는 전체 4719억원의 세수 감소 중 서민·중산층이 6302억원의 부담을 덜 것으로 봤습니다. 고소득자 710억원, 중소기업 425억원, 대기업도 69억원의 부담을 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기준연도인 올해 대비 증감을 계산하는 등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를 누적 총량으로 파악할 수 있는 '누적법'을 적용하면 3조702억원이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는 순액법 기준으로 4719억원이 줄어듭니다. 자료는 순액법·누적법 기준 세수 효과.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문가는 순액법과 누적법을 모두 따져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 순액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고 정보로서 가치가 거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철학에 따라 감세할 수도 있고 증세할 수도 있지만 감세했을 경우에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감세의 경우 건전 재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생기는 것은 명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감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감세와 재정 건전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며 "세수 결손 때문에 올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이란 가치를 약간 포기하더라도 감세를 하겠다고 국민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지난 2022년 세제개편안으로 72조4000억원, 올해 초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로 13조원의 세수 감소가 효과가 발생했다고 추정했습니다.
올해 5월 누계 국세수입은 16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조4000억원 줄었습니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는 부동산 거래 감소 등에 따라 9조6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법인세는 기업 실적 악화 등의 요인으로 17조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부가세는 3조8000억원 줄었습니다.
5월 세수 진도율은 40.0%입니다. 올해 본예산 400조5000억원 중 5월까지 40.0%가 걷힌 것입니다. 세수 진도율은 지난해 49.7%보다 9.7%포인트, 최근 5년 평균 47.5%보다 7.5%포인트 낮습니다.
참여연대 측도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해 처리한 대규모 부자 감세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경기 전망이 신통치 않은데도 추가 감세를 실시하며 이렇다 할 세입 기반 확충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재벌 대기업과 자산가들에게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감세 정책을 민생 대책인 양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 효과가 대부분 고소득·중산층에 귀착될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확대, 결혼 자금 증여 공제 제도를 민생과 미래 대비 정책이라고 한다면 이 정부는 한계에 달한 서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스스로 내세운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사회연대세, 탄소세 등의 도입으로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세금을 더 거두는 정책은 타이밍상 맞지 않다”며 “지원 대상을 중산층에 가까이 접근시킴으로써 출산·양육과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접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수 펑크 우려와 내년도 예산 편성 축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굉장히 세수 중립적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내년도 예산 편성과 관련된 세입 지출 규모에 대해서는 예산 편성안 발표를 할 때 전반적인 재정 거시환경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는 순액법 기준으로 4719억원이 줄어듭니다. 사진은 직장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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