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원컴포텍(088290)이 신사업 추진을 위해 무분별하게 찍어낸 전환사채(CB)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CB 발행 이후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쏟아져서인데요. 회사는 풋옵션 대응을 위해 해외 주식 대물변제 조건까지 달았으나,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풋옵션 대응을 위해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은 물론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주라바이오 투자 실패?…기한이익상실에 최대주주 주식 담보로
(그래픽=뉴스토마토)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원컴포텍 최대주주인 프로페이스사이언시스는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습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300만주를 담보(120억원 규모)로 130억원을 차입했으며, 채권자는 지난 3월 이원컴포텍의 7회차 CB를 인수한 ‘오하’입니다.
프로페이스사이언시스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한 것은 7회차 CB의 기한이익 상실사유 발생 때문입니다. 이원컴포텍 CB가 기한이익을 상실한 것은 CB 발행당시 체결한 특약사항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원컴포텍은 CB발행 당시 사채발행 후 2개월부터 풋옵션 청구가 가능하다는 특약을 넣었습니다. 풋옵션은 이원컴포텍이 투자한 미국 상장법인 자라바이오(ZuraBio Ltd.)의 주식으로 대물변제하는 방식인데요. 주당 10달러로 계산해 보호예수(Lock-up Period)가 없는 주식으로 변제를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7회차 CB의 경우 올해 3월에 발행한 데다 표면금리가 0%로 이자납입에 따른 기한이익상실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이원컴포텍이 보유한 주라바이오 주식이 매도됐거나 보호예수가 해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이원컴포텍은 지난 3월 지분 24.18%를 보유한 미국 신약 개발회사 리마니투스파마(Liminatus Pharma,LLC.)의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양도가액 1962만달러를 미국 스팩합병 상장 예정인 주라바이오 주식 196만2000주로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주라바이오 주식는 미국 상장규정에 따라 보호예수됐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라바이오의 보호예수는 단계별로 해제가 되는데요. 6개월에 33%, 12개월에 33%, 24개월에 33%가 해제됩니다. 다만 150일 이내에 20일 이상 종가가 12달러를 유지할 경우 보호예수 조치는 해제됩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합병후 첫 거래일인 3월22일 30달러로 마감하며 기준가(10달러) 대비 200% 상승했죠. 23일에는 33달러까지 올랐으나 이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0거래일만에 종가기준 12달러를 하회하기 시작했죠. 종가기준 12달러를 넘어선 것은 12거래일에 불과합니다. 지난 3일 종가는 6달러대로 내려온 상황인데요.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한 8월은 종가 유지를 통한 보호예수 해제 조건이 끝나는 기간이이기도 합니다.
기한이익상실 쏟아질 수도…대물변제 특약만 450억
문제는 이번 기한이익상실을 계기로 그간 해외 바이오사 투자를 위해 발행했던 이원컴포텍의 CB 풋옵션이나 기한이익상실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원컴포텍은 지난해 1월 5회차 CB를 시작으로 올해 3월 8회차 CB에 이르기까지 454억원 규모의 CB에 모두 대물변제 상환 특약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발행한 5~6회차 CB는 리마니투스파마 주식으로 대물변제 특약을 걸었는데요. 리마티투스파마의 주식을 모두 주라바이오 주식으로 바꾸면서 해당 CB에도 주라바이오 대물변제 조건이 추가됐습니다.
이원컴포텍이 대물변제 특약으로 발행한 5~8회차 CB 중 미상환 금액은 총 339억원인데요. 주라바이오 대물변제 가격은 주당 10달러로 이원컴포텍이 보유한 주라바이오주식 196만2000주(약 257억원)를 모두 사용해도 턱없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5~8회차 CB는 모두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까지 내려간 상황이라 주식전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이원컴포텍의 현금성자산은 8억원에 불과한데요.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등을 모두 포함한 유동자산도 132억원에 그칩니다. 대물변제가 불가능할 경우 추가적인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이원컴포텍 최대주주는 지분까지 매각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일 프로페이스사이언시스는 보유주식 50만주를 불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는데요. 매도 사유는 9회차 CB 인수자금입니다.
9회차 CB는 올해 3월 발행 예고 이후 납입일 지연으로 아직도 납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요. 올해 9월 납입 예정으로 아직 발행조자되지 않은 CB의 인수자금을 미리 마련하고 있는 겁니다. 234억원 규모로 발행될 예정인 9회차 CB에는 5~8회차 CB와 동일한 대물변제 특약이 들어갔습니다.
업계에선 이원컴포텍 유동성 위기로 M&A시장 매물로 나오는 등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습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대물변제 특약으로 무리하게 발행했던 CB들의 대물변제가 어려워진 상황인데 이미 최대주주 지분 대부분이 담보로 잡힌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자금조달도 힘들 것으로 보여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CB 기한이익상실 사유 및 최대주주의 지분매각 등 관련 문의를 위해 이원컴포텍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사진=주라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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