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역대 최다 기록 쓴 펜타포트, 한국 대중음악 축제의 '첨병'
15만 관객 동원 성황리 막 내려…내실 있는 라인업과 Z세대 록 리바이벌
2023-08-09 19:28:00 2023-08-09 19:28: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메탈음악, 그 꿈만 꾸며 청춘을 바쳐 한 길을 걸어왔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됐습니다. 여러분! 젊음이고 열정이고 오늘 최고의 무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볼게요. 세상 어떤 역경이 다가오더라도 꿈을 지키면서 나아가 봅시다."
 
5일 낮 3시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 대한민국 대표 스레쉬·멜로딕 데스메탈 밴드 '매써드'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자, 객석이 화염처럼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이열치열 아닌 이'록'치열. 45도 각도 하늘로 뻗는 물폭탄에 맞춰 기관총처럼 발사되는 드럼 연타, 장갑차처럼 돌진하는 브이넥 전자기타들…. "다음곡은 송골매 선배님들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긴 머리를 치렁이며 토해내는 괴성에 수만 관중이 무아지경이 됩니다. 원을 그리며 슬램(몸을 부딪혀 노는 록 페스티벌 문화)을 하고, 깃발을 들고 기차놀이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올해 총 3일간(4~6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사진=PRM·펜타포트사무국
 
발 구르기에 희뿌연 먼지가 불어대도 질주하는, 영화 '매드맥스'의 전사들이 따로 없었습니다. 
 
4일 밤, 일본 록 밴드 엘르가든의 무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TV CF로도 쓰여 유명한 이들의 대표곡 'Make a Wish'가 원곡의 반주를 도려낸 채, 호소미와 관객들의 벌스 구간 제창 만으로도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6일 밤에는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의 김창완은 전자기타를 들고 아리랑을 증폭시키자, 수만 관중들이 삽시간에 유목민들처럼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국립국악단 소속 안은경 명인의 쨍하고 시원한 음빛깔의 태평소 연주가 폭염 무더위를 오려내자, 관중들이 그 원을 향해 하나둘 다이빙을 하며 덩실덩실 북청사자놀음처럼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총 3일간(4~6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사진=PRM·펜타포트사무국
 
연극처럼 무대에서 독백을 하던 자우림의 김윤아, 로봇 춤을 추며 구수한 한글말 가사를 재치있는 밴드 사운드로 엮어낸 장기하, 국악과 록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신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잠비나이와 이날치, '뉴진스의 아버지' 250의 노점 뽕짝을 90년대풍 힙합 비트와 미디 음악 반주, 캬바레풍 블루스에 섞어낸 무대까지... 중간 중간 수천명이 바닥에 앉아 노를 젓는 듯한 플래시몹을 하며 놀고, 둥근 원을 그리면서 뛰어노는 관경들은 이제는 가히 '펜타포트 DNA'라 할 만 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 축제의 '첨병'. 록이란, 음악이란, 문화란 이렇게 넝쿨처럼 뒤엉키는 것입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전신은 1999년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입니다. 전설적인 미국의 4인조 메탈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RATM)' 등을 초청했음에도 폭우로 그 해 중단된 비운의 축제입니다. 이후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명칭을 바꾼 후 18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딥퍼플, 뮤즈, 트레비스, 언더월드, 콘, 들국화, 서태지 등 1200팀 이상을 무대에 세웠고 약 100여만명의 누적관객을 동원한 국내 록페의 자존심으로 꼽힙니다. 힙합, EDM이 득세하는 시대에 열악한 록 시장의 마지막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해온 국내 대표 간판 록 축제입니다. 
 
올해 총 3일간(4~6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사진=PRM·펜타포트사무국
 
올해 총 3일간(4~6일) 열린 축제는 역대 최다 기록인 15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으로 열어오고 지난해 엔데믹을 맞아 13만명을 끌어모았던 기록을 다시 넘어선 겁니다. 2015년 가장 뜨거웠다고 평가받는 '서태지(하루 5만명 동원) 펜타포트' 기록을 하루 기준 평균값으로 만든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내실 있게 짠 국내외 라인업 보강과 팬데믹 이후 Z세대의 록 리바이벌 현상과 갈증이 작년 흥행 기록을 재차 깬 비결이라고 봅니다. 엔데믹 이후 음원만 들어온 세대들이 현장 라이브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몰렸다는 겁니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관객이 완전히 세대교체 되었다는 것을 올해 관람을 통해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과거 특정 아티스트에만 몰리던 팬층이 점차 페스티벌 문화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분명 생겼다"고 봤습니다. K팝 신드롬 이후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더욱 국제적 행사가 될 여지가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RATM과 스매싱펌킨스 같은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아티스트들을 데려오는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향후 더욱 발전적이고 국제적인 록 축제가 될 여지가 충분함을 올해 봤다"고 했습니다.
 
올해 총 3일간(4~6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 사진=펜타포트락페스티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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