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여파로 고객들의 외부 활동이 늘면서 사정이 많이 나아질 것으로 봤는데, 예상에 미치지 못하네요."
백화점은 유통 업계에서 최상위에 있는 채널로 봐도 무방합니다. 명품부터 식료품까지 명칭 그대로 다양하고 수많은 상품들이 판매되고 이들 상품의 신뢰도도 높다 보니, 경제력을 갖춘 소비층이 가장 선호하는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 한 탓입니다.
이 같은 특성을 등에 업고 백화점 업계는 호황기, 불황기를 가리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유통 업계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긴 했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이커머스라는 확실한 대체재가 있는 대형마트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명품 및 고급화 전략에 힘을 쏟은 백화점은 일정한 수요를 유지하며, 그나마 오프라인 채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백화점의 영향력도 점차 약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백화점 빅 3'의 최근 실적은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 감소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익은 921억원으로 23.9% 줄었고, 현대백화점 영업익은 27.8% 감소한 613억원에 그쳤는데요.
이 같은 영업익 감소와 관련해 업체들은 체감 물가 상승과 이와 연계된 판매관리비의 증가, 기저효과, 꺾인 소비 심리, 집중 호우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업체 설명도 충분히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유통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시적 요인입니다. 비단 이번 시기뿐만 아니라 언제나 있었던 위협 요인이며, 이에 따른 여파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커머스 기업까지 모두에게 동일하게 미칩니다.
이번 백화점 업계의 실적 저하가 아쉬운 이유는 예상 밖으로 업계가 이렇다 할 엔데믹 특수 효과를 입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3사 모두 일제히 실적이 하락했다는 점도 업계로서는 개운치 않은 대목입니다. 지금까지는 유통 최고 채널이라는 굳건한 지위와 명품 마케팅으로 확실한 고정 고객층을 확보했지만,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 같은 장점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근 업계도 식품관을 고급화하고 체험형 공간을 조성하는 등 위기 타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인데요. 분명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방향성은 좋다고 판단되지만, 고가 상품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체험 공간을 늘리는 만큼 매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백화점 업계 역시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 흐름 속에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시점이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핵심은 수익 확보와 고객 체류 공간 조성 사이의 밸런스를 찾되,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킬러 콘텐츠 발굴에 있을 텐데요. 같은 오프라인 식구 중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를 받다 화려하게 부활한 편의점 업계처럼, 백화점 업계도 답을 찾아보길 바라봅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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