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담배소송 대상자 중 생존자 30명을 선정해 폐암·후두암 환자의 흡연력 추적해 심층 분석한 결과, 흡연과 폐암·후두암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정의로운 판사입니다."
이강숙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담배와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주제로 한 2023년 담배소송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이 밝혔습니다.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9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세미나에서는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한 1심 재판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홍윤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도 "수없이 많은 과학적 근거와 인구 집단에 대한 역학 연구의 자료들이 담배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며 "아직도 담배소송에서는 개별적 인과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면담자들은 담배의 위해성과 중독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제공은 없었다"며 "온전히 자발적이라 할 수 없는 요인들의 영향 아래 30년 이상 흡연을 지속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건보공단은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담배와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주제로 2023년 담배소송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사진은 발제하는 김관욱(왼쪽부터), 이강숙 교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담배 판매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는 담배회사 형태와 사법부의 담배에 대한 인식변화도 촉구했습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담배는 매년 약 6만2000명의 국민을 사망하게 만드는 죽음의 상품으로 KT&G는 이를 통해 1년에 1조의 천문학적인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다"며 "하지만 담배회사는 자신들의 영리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해주기는커녕, 인과관계조차 부정하고 거짓 정보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김현숙 대한금연학회 회장은 "외국처럼 담배 회사의 내부 문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며 "담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는 만큼 사법부의 사고의 틀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국민 건강 위해라는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재판부가 가진 병인론(질병을 일으킨 원인)은 굉장히 낡은 병인론"이라며 "위험요인이 가장 높은데 다른 요인을 자꾸만 가져다 붙이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대상으로 533여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한 바 있습니다. 공단이 흡연으로 인해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보상하라는 내용입니다.
2020년 11월 공단은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공단은 즉각 항소했고 올해 1월까지 7차례 재판이 열리는 등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8차 변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국내 각계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통해 담배소송의 주요 근거인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건보공단은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담배와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주제로 2023년 담배소송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사진은 세미나 토론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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