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지난해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원가회수율은 64%에 불과하다. 바람직한 공공요금 원칙 중 하나는 '사업자의 판매수입 안전성'입니다. 전기요금이 적기에 적정수준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정책 환경조성과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지난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김현제 원장은 내년 1분기쯤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 1분기 석유수요 감소도 국제유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김 원장은 "현재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만을 보았을 때 올해 4분기 유가는 배럴 당 85~90달러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OPEC+(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세계 석유공급 부족 가능성이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더 상승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모습.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요금 '사업자의 판매수입 안전성'
국제유가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현행 한전의 유류 정산단가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466.7원을 기록하는 등 전기요금 인상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5월부터 전력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를 앞지르며 10개월간 지속하던 역마진 구조를 해소한 한전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또다시 역마진 위기에 봉착한 상태입니다. 이는 OECD 대비 54% 수준으로 저렴한 한국 전기요금에 기인합니다.
김 원장은 "본브라이트(Bonbright) 교수는 지금도 널리 통용되는 바람직한 공공요금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업자의 판매수입 안전성"이라며 "주요 국가들은 전기요금을 결정할 때 총괄원가 보상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요금산정 수준과 적용 대상, 기간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구속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기요금체계는 이미 연료비 인상이 원가에 연동되는 제도적 근거(연료비 연동제)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적기에 비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원가회수율은 6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기요금이 적기에 적정수준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정책 환경조성과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며 "총괄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조정하고 용도별 교차보조 문제를 최소화해 전기소비자 간 형평성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요금 인상 과정에서 취약계층 부담 완화를 위해 단계별 요금 인상, 에너지바우처 지원확대 등의 방안도 병행해야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모습.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 보조시장 도입…계약물량 개편해야"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1만878킬로와트시(kWh)입니다. OECD 평균인 7534kWh보다 3344kWh 높은 수준으로 전력 공급의 안전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계통 및 시장운영제도는 미국의 ERCOT(텍사스 독립계통운영자) 등 전력시장지역을 참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력정책과 시장제도 개편 동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원장은 ERCOT의 2021년 2월 기록적 한파와 폭설로 인한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를 언급하며 "심화하는 이상기후 현상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한 수요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계통운영 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수요 변동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도매전력시장제도와 요금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공급 측면에서도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신시간 시장 및 예비력 보조서비스시장을 도입하고 현물거래 중심의 도매전력시장은 장기 계약물량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용량시장(Capacity Market)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겠다"며 "기존 설비 및 신규설비의 가용용량에 대한 시장가치(용량에 대한 희소가치)를 적정하게 보상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요반응자원 등 유연성 자원에 대한 투자유인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원전, 방사성폐기물 관리 최우선"
원전 복원과 관련해서는 "에너지정책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원전의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안전성을 전제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한 상태에서 신규원전 건설, 계속운전, 방폐물 관리 등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신한울 3,4호기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되,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최종처분 후보지 마련 및 건설 운영을 위한 관련 절차·일정·방식이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예산 축소와 관련해서는 "국가마다 에너지믹스에 도달하는 경로는 서로 상이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은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아직까지 재셍에너지 사용에 대한 세계적 요구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용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및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수소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철상, 석유화학 등 주요 난감축분야에서 세계적으로 5억2000만톤 규모의 수소 수요가 발생할 것을 전망했다"며 "국내 청정수소 공급 기반 구축은 비교적 더디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 유통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국내 청정수소 생산 비용이 다른 국가 대비 높기 때문에 비용경제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모습.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프로필
△부산대 경제학 석사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교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연구기획본부장, 전력정책연구실장 등 역임 △사단법인 울산에너지포럼 이사 △국회기후변화포럼 부설 기후변화정책연구소 고문 △APERC(Asia Pacific Energy Research Centre) 자문위원 △14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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