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김소희 기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 제조업 경기 흐름이 내달에도 암울할 전망입니다. 특히 시장이 체감하는 경기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상저하고' 경기 전망론만 고수하고 있어 정책 신뢰에 대한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22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조사(PSI) 결과'에 따르면 10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는 102로 전달(105) 대비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PSI는 산업연구원이 에프앤가이드·메트릭스에 의뢰해 국내 주요 업종별 시장 전문가 154명을 대상으로 매달 집계하는 설문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개선(확대)됐다'는 의견이 많다는 뜻이며, 0에 근접하면 그 반대를 의미합니다.
올 1월 82까지 떨어졌던 제조업 전체 현황 지수는 2월(92), 3월(104) 상승세를 이어가다 4월(95) 들어 하락 반전했습니다. 이후 5월(100), 6월(102) 개선 흐름을 보이다 7월(99) 기준선 아래로 내려온 뒤 8월(102), 9월(105) 두 달 연속 상승한 바 있습니다.
22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조사(PSI) 결과'에 따르면 11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는 97을 기록해 지난 5월 이후 반년 만에 기준선 아래로 내려왔다. 표는 국내 제조업 세부 업종별 업황 전망 PSI.(표=뉴스토마토)
문제는 현재의 시장 상황과 달리 향후 전망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11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는 전달(109) 대비 무려 12포인트 빠진 97을 기록하면서 지난 5월(101) 이후 6개월 만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주요 부문별로 보더라도 정보통신기술(ICT), 기계, 소재 등 3개 분야 모두 전달대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먼저 ICT 전망 PSI는 114로 한 달 전(116)보다 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기계부분은 전달(106)보다 22포인트 하락한 84를, 소재부분은 전달(102) 대비 10포인트 낮은 92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ICT는 최근 반도체 업황 사이클 개선에 힘입어 다소 나아질 거란 기대감이 반영됐지만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기준선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또 기계부분은 자동차, 조선, 기계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고 소재부분도 화학, 철강, 섬유 등 예외 없는 악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제조업 내수와 수출 전망 PSI도 줄줄이 뒷걸음질 치면서 제조업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낮아진 상황입니다. 11월 제조업 국내시장판매 전망 PSI는 94로 전달(103) 대비 9포인트 하락했고 수출 전망 PSI는 전달(113)보다 7포인트 낮은 106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 부담'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인한 중동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상저하고' 경기 전망을 고집하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대내외 주요 변수가 하반기 경기 반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사진=뉴시스)
경제 전문가들은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상저하고' 경기 전망 달성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입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상저하고' 경기 흐름은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상저하저'를 걱정할 판인데, '상저하중'만 되도 다행"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했고 최근에 다시 3고 현상까지 강화되고 있다"며 "결국 4분기 경제성과가 중요한데 지금 나온 악재만 놓고 보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총괄은 "정부가 말하는 상저하고는 완전한 경기 회복을 의미한다기보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경기지표가 좋아질 거라는 뜻"이라며 "지난해 4분기가 워낙에 안 좋았었기 때문에 기저효과 등 기술적 요인으로 하반기 실적이 다소 나아질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경기 부진은 국내 요인보다 대외요인에 의해 촉발된 부분이 크다"며 "하반기 경기는 원자재 및 국제유가 가격 흐름과 국내외 금리 기조, 중국 경제의 회복성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용훈·김소희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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