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이달 물가 전망을 두고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전달보다 소폭 내려간 '3.5~3.6%' 안팎을 예상했지만 하반기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물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등 '물가 안정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의 무력분쟁 여파로 지난 9월 배럴당 94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10일(현지시간) 77.17달러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가 연이은 하락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도 5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2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유가 하락을 이유로 들며 "11월 3.5~3.6% 안팎의 물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제유가 요인을 제외한 체감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 요인에 기댄 물가 안정 전망을 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농산물의 경우도 정부 비축물량 투입과 수입물품 관세인하 효과로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동안 추경호 부총리의 물가 발언을 보면 지난 7월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머무는 등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8월에는 3%대 소비자물가를 기록했고, 지난달 역시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 물가가 안정화될 거로 예측했지만 9월(3.7%)에 이어 10월(3.8%)까지 3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4.9%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10월 전국 우유 물가 지수는 122.0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상승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같은기간 설탕(17.4%), 아이스크림(15.2%), 커피(11.3%), 빵(5.5%), 식용유(3.6%)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며 물가를 자극했습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4.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대형마트.(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올해의 경우 집중호우, 폭염 등 기상여건 악화로 농산물 가격까지 크게 뛰면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더욱 키웠습니다. 지난달 사과 물가지수는 164.15로 1년 전보다 72.5% 급등했고 쌀(19.2%) 토마토(22.8%) 등도 20% 이상 뛰었습니다.
여기에 주요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 기준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실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외식 메뉴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밥은 1년새 6.9%가 올랐고 피자(12.3%), 햄버거(6.8%), 치킨(4.9%), 냉면(7.0%), 김밥(6.9%)도 줄줄이 올랐습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김밥 한 줄 값은 3254원으로 1년 전(3,046원)에 비해 208원 비싸졌습니다. 1만500원이었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1308원으로 808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 재정이 악화되면 우선적으로 줄일 지출항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6.1%가 '외식비'를 꼽기도 했습니다.
서민 물가 부담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 66.1%는 가계 재정 악화 시 외식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식당가 거리.(사진=뉴시스)
지하철·버스·택시·항공 요금 등 교통비마저 16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운송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9.1% 올랐는데, 이 기간 지하철 요금인 도시철도료는 9.2% 뛰었습니다. 시내 버스료(11.3%), 시외버스료(10.2%), 택시료(20.0%)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퇴직한 한 올드보이(OB) 공무원은 "물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면서 물가 안정에 대한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 변동폭이 큰 국제유가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내려간게 있느냐. 여전히 고물가로 정부 온도와 서민 체감온도가 다른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2%대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가 3%대를 넘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작지 않아 향후 물가 인상에 상당한 압력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주와 맥주, 우유 등 생필품 전반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어 현재로서는 하반기 물가가 쉽사리 떨어지길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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