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의료급여 지출이 사상 첫 1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출되는 급여비가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 파산하는 노인도 급증하는 등 노인 빈곤이 역사상 유례없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용연장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2030년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지급개시 연령과 정년 사이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직무와 임금 개편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견해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5일 발간한 '2022년 의료급여 통계연보'를 보면, 의료급여 수급권자 수는 152만2292명으로 작년 대비 0.4% 늘었습니다. 지급결정 급여비는 10조 479억원으로 5.7% 증가했습니다.
2016년 6조6319억원이었던 의료급여 지출은 2017년 7조1157억원, 2018년 7조6355억원, 2019년 8조3855억원, 2020년 8조8290억원, 2021년 9조5022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의료급여 지출 중 52.4% '노인'
저소득 가구를 대상(기준중위소득 40% 이하)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인 의료급여 지출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 수급권자에 대한 지출이 두드러집니다. 이들에게 나간 급여비는 5조2610억원으로 전체의 52.4%에 달했습니다.
노년층에 대한 의료급여 지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6년 3조909억원이었던 노인 의료급여 지출은 2019년 4조1329억원으로 4조원을 넘어선 이후 빠르게 늘며 지난해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1인당 급여비도 2016년 614만원에서 꾸준히 오르며 지난해 841만원까지 뛰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코로나19(U07의 응급사용), 치은염 및 치주질환, 등통증, 2형 당뇨병, 무릎 관절증 등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5일 발간한 '2022년 의료급여 통계연보'를 보면, 의료급여 수급권자 수는 152만2292명으로 작년 대비 0.4% 늘었다. 자료는 의료급여 지급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파산신청 10명 중 4명 '60세 이상'
급증한 노인 의료급여 지출은 노인 빈곤에 기인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 노인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39.3%로 OECD 회원국 중 1위 수준입니다.
미국(21.6%), 뉴질랜드(16.8%), 영국(13.1%), 캐나다(12.1%), 이탈리아(10.3%) 등 주요 회원국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빈곤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인 파산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법원행정처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자 2만745명 중 8504명(41.0%)이 60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파산 신청자 10명 중 4명은 60세 이상 노인인 셈입니다. 노인 파산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25.9%였던 노인 파산 비중은 2020년 31%로 크게 늘었고, 2020년 38.4%까지 뛰며 40%대에 근접했습니다.
노인 파산 신청이 상반기와 같은 추세로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역사상 유례없는 노인 파산 규모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노인 빈곤 대책은 뒤로 밀린 모습입니다. 정부는 이번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쉬었음' 청년에 대한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을 뿐, 고용연장 등 빈곤 노인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근로시간 개편 논의로 현안들이 밀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정년과 관련한 논의는 그다음 수순으로 검토할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용연장 논의 미뤄선 안돼"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 해결책 중 하나인 고용연장으로 가기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2030년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65세로 늘어나면서 소득 크레바스(crevasse)가 생기는 것을 고려하면 고용연장 논의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노인빈곤율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국민연금이 들어온 게 1988년도인데, 그 당시 30~40대쯤 된 사람들은 연금으로 커버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연금으로만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인들의 시장 참여 수요는 높다"며 " 이는 계속 일하고자 하는 60대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무관리와 임금관리는 빛과 그림자 같은 것"이라며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0년 65세가 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직무와 임금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65세로 정년이 늘어난 일본도 과거 한국처럼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 높은 직위를 맡아야 한다는 연고 문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 문화가 사라진 상태"라며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팀장에서 팀원으로 내려오고 밑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40대 중반까지 한국과 비슷한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지고 가지만,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직무급으로 전환하고 성과급을 크게 늘리는 형태로 임금체계가 바뀌었다"며 "일본이 이 같은 변화까지 10년의 준비단계를 거친 것을 고려하면 한국도 직무와 임금 관련 논의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5일 발간한 '2022년 의료급여 통계연보'를 보면, 의료급여 수급권자 수는 152만2292명으로 작년 대비 0.4% 늘었다. 사진은 구직신청서 작성하는 노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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