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검찰 출신’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총선 정국 ‘7기 방통위’ 운영에 관심이 쏠립니다. 법률 전문가로서 방통위의 정책·규제를 법리적으로 정교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방송·통신 비전문가인 까닭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합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7일 정치권과 방송계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입니다. 방송통신과 관련해 활동한 이력은 없습니다. 김 후보자는 중수부장 재임 당시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진두지휘했는데요. 당시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이 같은 이력을 들어 방통위의 두 가지 핵심 기능인 ‘정책’과 ‘규제’의 정교한 처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인용보도 및 인터넷 신문 심의 등 관련 법 해석을 두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고, ‘가짜뉴스 척결’ 등 현 정권의 방송 정책 기조에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은 만큼 법률에 해박한 법조인 수장이 꼼꼼하게 처리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장 임명 전 인사청문을 통해 검증을 거친 만큼 빠르게 인선이 가능해 총선을 앞두고 방통위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과 윤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워 장기적 계획을 통한 정책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속한 방통위원장 선정은 공정한 방송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해야 할 방통위를 식물 기관으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라면서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 척결’과 ‘공영방송 개혁’을 기치로 하고 있는 방통위의 ‘정책’과 ‘규제’에 대해 법리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기에 법조인 출신이 충분히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방통위는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요. 특히 연말까지 의결해야 할 지상파 3사 UHD와 지역 민방 등에 대한 재허가 심사는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꼽힙니다. 여기에 최근 의결이 연기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 등의 이슈도 쌓여있습니다.
또한 포털 정책과 관련해서는 연내 개정안 발의를 예고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법정 기구화, 알고리즘 조정 의혹과 관련한 네이버 실태 조사 등도 마무리 작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특수통’ 출신으로 방송·통신 영역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인사라는 점은 김 후보자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정치권과 방송계 안팎에서도 일제히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심지어는 여권 일각과 보수 언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방통위원장 및 위원은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현 정부 들어 검찰 출신이 요직을 꿰차는 등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 출신 방송·통신 비전문가의 방통위원장 임명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김 후보자는 방송통신 정책에 대해서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로 부적격 인사다”라며 “법조인으로 근무했던 것만으로 복잡한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위원장으로 역할을 할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외면하고 독단적으로 국정 운영을 한다면 그것은 총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동관 전 위원장이 왜 물러났는지 반면교사를 하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고, ‘검사 만능주의’에 빠져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언론 장악’ 의심이 짙다는 비판이 나오고 ‘5인 합의제’ 기구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밀접한 관계의 인물을 방통위 수장으로 앉히면 방송통신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행법상 방통위는 운영에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대통령이 각별한 관계에 있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독립성에 일정 정도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무엇보다 방통위를 입법 취지에 맞게 합의제 기관으로 복원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라며 “그 이후에 적합한 자격과 전문성을 갖춘 위원장을 임명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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