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법원과 검찰 사이 격론이 불거지리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앞서 올해 상반기에 해당 제도 도입을 놓고 검찰과 법원은 갈등을 보인 바 있습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2라운드?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영장 발부 전 관련자를 불러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는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법관은 서면 심리만으로 압수 필요성 등을 검토해 발부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올해 2월 법원행정처가 ‘국민 기본권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신설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6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검찰이 반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검은 “범죄수사 초기 단계에서 청구되는 압수수색영장 청구사실과 내용이 공개되고 심문절차가 진행되면,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으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 70여년이나 된 절차를 개정하는 데 있어서 사전 의견수렴이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법원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법원과 수사기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전심문제’ 시행은 유예됐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사전심문제에 대해 계속 검토 중입니다. 조 후보자는 “규칙으로 (개정)하는 게 바람직한지 아니면 법률로 하는 게 바람직한지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수사 밀행성 우려”…“밀행성 보장 가능”
조 후보자의 입장에 대해 검찰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입장을 낼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원론적인 답변이자 의사를 표현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법원행정처가 형사소송법으로 개정할지 형사소송규칙으로 개정할지를 논의 중인데, 법 개정으로 한다면 쉽사리 개정되지 않는다고도 관측했습니다. 때문에 올 상반기처럼 법 개정 없이 규칙 개정으로 추진하려 한다면 법 체계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큰 골자에서는 사전심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범죄자들은 수사 정황을 포착하는 경우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기존 절차에 사전심문이 추가되면 형사사법 절차가 지연돼 실체적 진실 발견이란 형사소송의 이념이 훼손될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의 밀행성을 따지는 건 지엽적인 문제”라며 “밀행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법원과 수사기관이 협의해서 충분히 단계별로 할 수 있다. 제도 자체를 반대할 명분이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보다 중요한 건 법관의 입장에서 적법한 강제수사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최근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압수수색의 경우 ‘증거 공통’을 이유 삼는데, 어떤 면에서 증거가 공통인지 검찰 측의 소명도 필요하다. 그저 판사가 되돌려 보내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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