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LG전자가 북미와 유럽의 친환경·탈탄소 기조에 발맞춰 냉난방공조(HVAC) 시장 존재감을 확대하고 나섰습니다. 차세대 히트펌프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꾸리는 등 기술 선점을 통해 시장 입지를 키운다는 전략입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가전사업의 기업간거래(B2B) 영역에 해당하는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오는 2030년까지 2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공조사업을 추진하는 주요 지역에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영업,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맞춤형 냉난방 솔루션을 앞세워 공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유럽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2040년까지 화석연료 보일러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방침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히트펌프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했으며,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히트펌프 제조 가속화에 1억6900만달러(약 2200억원)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히트펌프는 공기나 물, 땅이 보유한 천연 에너지원인 열을 사용해 냉난방을 합니다. 전기·가스 등 화석 연료를 이용하지 않으며, 기존 냉난방 시스템 대비 에너지 효율이 3~5배가량 우수합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 규모는 2022년 779억달러(약 102조원)에서 2030년 1394억달러(18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LG전자는 글로벌 히트펌프 클러스터와 같은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에도 힘쏟고 있습니다. 히트펌프 냉난방 제품의 경쟁력이 원천 기술력에 있다고 판단, 차세대 히트펌프 핵심 기술 개발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혹한기에도 고성능을 내는 HVAC 제품에 적용할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LG 알래스카 히트펌프연구소'를 신설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대, 고려대, 국민대와 'LG 차세대 히트펌프' 컨소시엄도 꾸렸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LG전자는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B2B 비중을 확대하는 가운데 히트펌프 사업에 R&D를 집중하고 있다"며 "히트펌프는 친환경 냉난방 솔루션으로 성장성이 크지만 일본과 중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는 히트펌프 설치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HVAC 사업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과 더불어 LG전자의 B2B 핵심 사업군입니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에 B2B 사업 확대로 호실적을 거뒀습니다. 3분기 매출은 20조709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 줄었습니다. 다만 2022년 3분기에 역대 3분기 최고치(21조1768억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역대급 매출을 거둔 셈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30%대 중반을 넘어섰으며, 연말에는 40%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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