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경제단체들이 중대재해법 확대적용 유예를 호소하는 가운데 노동조합들은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여야 간 협의가 중단된 채 책임 공방만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시일이 다가오면서 정부와 국회, 노사 간 여론전이 난무하고 있는 겁니다. 법안이 공포된 지 3년, 유예 2년의 준비기간이 지났지만 확대적용 이틀을 앞두고 현장의 불안과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범법자 양산’, ‘영세사업장 줄도산’ 등 공포 마케팅에 기대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정부·여당, 개정안 처리 주장
25일 임시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이날 국회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등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습니다. 이날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들 사업장에도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적용됩니다.
정부는 현장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전국 83만7000여개의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800만명의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재해 예방보다 범법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유예 입법 촉구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날에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함께 브리핑을 열고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되면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법 적용 대상자”라며 “건설 현장은 공사금액 제한이 없어져 사실상 모든 현장에 법이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연내에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고 산업재해 예산 2조원 확보하는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어 최종 합의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더구나 법 시행을 임박한 시점에서 정부나 여당이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응방안 없이 유예 연장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시점에 구체적 지원대책 내놔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충분히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도 또 다시 법 시행을 미루는 건 안전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영세 사업장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유예 연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방안과 대책들을 내놔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관계법이라는 게 기업의 규제 법안이고 그동안 이를 손대는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위기나 일자리 감소 등 경영진이 하는 이야기는 늘 같았다”며 “우리 사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현실인데, 중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법 시행이 늦어지는 그 격차를 제도적으로 더 벌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동계도 경제단체만 대변하는 정부 입장에 비판적입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실효성 없는 방안들뿐이라는 건 이미 나온 결론”이라며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법 취지에 맞게 시민과 노동자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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