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예정대로라면 그동안 법 적용이 유예됐던 이들 사업장에도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적용됩니다.
정부와 여당이 중소기업들의 현실적 여건을 들며 유예 연장 개정안을 냈지만, 여야 간 협상은 공회전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확대 적용 전까지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이 시급한 곳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이라며 국회의 유예 논의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19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시 8만여개 고위험 사업장을 포함해 전국의 83만7000여개 중소 사업장이 추가로 법 적용을 받습니다. 노동계는 이들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이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 중 74.4%, 산재사망자 중 80.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노총·생명안전행동의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미만 적용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영세하고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50인 미만 사업장들의 산재 규모는 더 클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옥죄는 건 중대재해법이 아니라 중대재해 자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했고, 지금도 한해 7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놓고 민생을 위해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25일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돼야 합니다.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은 무엇보다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일”이라며 “전체 기업 종사자 81%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 중소기업의 경영부담과 이로 인한 폐업, 일자리 감소는 국민 다수의 밥벌이와 직결되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예연장 논의, 현장 혼란만 가중”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유예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유예 협상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하고 산재예방 예산을 2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무리한 요구”라며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입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 경영자단체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나서 유예 연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적용이 유예된 지난 3년 동안 보여준 무책임과 무대책을 넘어서 법 시행 일주일을 남겨 놓고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지원대책이라는 것도 국회에서 이미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 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대비해 촘촘한 지원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 관계자는 “열악한 중소 사업장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는 적용 유예가 아니라 적극적인 시행 정책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 사업장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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