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을 바꾸면서 업체들이 줄줄이 차 가격을 내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차 가격 이외에도 배터리에 대한 기준이 추가돼 보조금을 받는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는데요. 매년 달라지는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가격은 물론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전기차 구매 시기를 놓고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ID.4 2023년형 재고차량에 한해 600만원을 할인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ID.4.(사진=폭스바겐코리아)
앞서 폭스바겐은 이달 초 ID.4 프로 라이트 트림 가격을 기존 56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200만원 낮췄는데요. 재고 차량을 600만원까지 할인하며 올해 줄어들 보조금에 대비해 할인 폭을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따라 올해 보조금을 100% 수령할 수 있는 판매 가격 상한은 기존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기존 100% 상한선에 맞춰 가격을 책정했던 테슬라도 최근 모델Y 가격을 5699만원에서 5499만원으로 인하했고 폴스타 역시 폴스타2 가격을 5490만원으로 100만원 낮췄습니다.
이같은 가격 변동은 매년 보조금 100% 지급 상한 가격이 달라지면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내년에는 5300만원으로 낮아질 예정입니다.
폴스타2 부분변경.(사진=폴스타)
반대로 보조금 지급 규모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배터리 밀도·재활용성에 따른 차등 계수를 적용하는 등 조건이 크게 달라져 주행거리가 짧거나 배터리 효율 및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배터리를 단 전기차는 기존 보다 보조금이 줄어듭니다. 차값은 내렸지만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전기차 실구매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진입장벽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또 연말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조금 규모와 소진 속도가 달라 같은 차를 구매하는 경우에도 금액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은 출고시점을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출고 전 지자체 보조금이 동나면 국고보조금만 받고 출고할 수 없습니다. 보조금 없이 출고하거나 내년을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년 줄어드는 보조금 규모에 가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죠.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이 실제 어떤 회사로 또 어떤 자동차에 많이 몰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조금이 남는 지역과 조기 소진되는 지역을 통합해서 환경부 보조금을 늘리고 지자체 보조금을 줄이면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2월 말쯤에야 결정돼 연말연초 전기차 구매 절벽을 낳는 보조금 정책 확정시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매년 1~2월은 전기차 판매가 없다시피 합니다. 환경부의 국고보조금 산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환경부는 매년 2월 말 보조금 규모를 확정합니다. 전기차 구매에 있어 보조금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고가 전기차를 제외하면 수요가 떨어지게 됩니다.
실제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531대로 전월 대비 80% 감소했습니다.
현대차(005380)의 경우 아이오닉 6가 4대로 전월 대비 97.8% 줄었습니다. 아이오닉 5 39대, GV60 7대, 포터 일렉트릭 4대 등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121대에 그쳤습니다. 전월 대비 92.9% 감소한 수치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보조금 책정 과정에서 설명회도 갖고 업체 간 의견을 조율하는 등 상당히 복잡해 기간을 당긴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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